강화도(江華島)는 우리 역사의 전 기간을 통해 중요한 관문 역할을 담당했던 요새지다. 고려시대 몽고군이 침략했을 때는 임시수도로 이용됐고 조선시대 정묘호란·병자호란 때에도 피난지로 활용됐다. 조선 말기에는 병인양요·신미양요의 격전지였다.

이런 역사 때문에 해안에 설치된 돈대(墩臺)와 아울러 3중의 강화성(江華城)을 비롯해 5곳의 산성(山城) 등 섬 곳곳에 국방유적이 남아 있다.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자 한국의 국방유적을 언급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지역이며 조상들의 호국의지가 응집된 중요한 장소인 것이다.

육군박물관은 이런 점을 감안, 강화도의 국방유적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최초의 지표조사를 1999년부터 2년 동안 실시했다.

강화 외성(外城)은 고려시대인 1232년부터 4년 여에 걸쳐 강화도 동북쪽 끝에서 동남쪽 끝까지 해안을 따라 축조된 성으로 조선시대에도 몇 차례 재건축이 이루어졌다. 외성의 총길이는 2만3225m로 위치에 따라 돌(석축·石築), 흙(토축·土築), 벽돌(전축·塼築) 등 다양한 재료로 축조됐다.

강화 내성(內城)은 1232년 강화도에 고려 궁궐을 축조하면서 동시에 쌓은 도성(都城)으로 몽고의 요구로 헐렸다가 조선 숙종대에 다시 쌓은 성이다. 일명 강화산성(江華山城)으로도 불리는 내성의 둘레는 7122m로 원래 동·서·남·북 네 곳의 성문이 있었으나 현재 동문은 터만 남아 있는 상태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은 상륙 후 내성 남문 쪽으로 공격해 들어와 강화도를 점령했으며 서문 옆의 연무당(練武堂)은 1876년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강화도 조약이 체결된 유서 깊은 곳이다.

현재 외성과 내성이 상당 부분 훼손돼 육군박물관은 조사를 통해 남아 있는 성벽의 흔적을 최대한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강화 중성(中城)은 강화 내성과 외성을 연결해 쌓은 성으로 1250년에 축조된 총길이 8.1km의 성이다. 이 성은 고려 조정이 몽고에 항복한 후 몽고의 요구로 모두 헐렸다. 이 때문에 중성은 성곽의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위치마저 정확하지 않았으나 육군박물관의 조사를 통해 위치가 확인되고 규모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강화도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산성은 사적 제130호로 지정된 정족산성(鼎足山城)이다. 단군이 세 아들로 하여금 성을 쌓게 했다는 전설에 따라 일명 삼랑성(三郞城)으로도 불리는데 돌로 쌓은 석축성으로 총길이는 2300m에 달한다. 병인양요 당시 양헌수가 지휘하는 조선군이 프랑스군을 격퇴한 유서 깊은 장소다.

강화부(江華府)의 서쪽에 고려시대에 쌓은 고려산성(高麗山城)이 있다. 이 산성은 고려가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뒤 강화도의 서쪽으로부터 오는 적을 방어하는 한편 강화성과 연결,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다른 기록에는 토축으로 돼 있으나 육군박물관의 조사 결과 토석 혼축과 석축으로 된 산성임이 확인됐고 규모도 최초의 실측으로 1190m임이 확인됐다.

강화도의 서북쪽에 봉천산이 있는데 산 정상부에 290m 규모의 하음산성(河陰山城)이 있다. 이 산성은 고려시대에 쌓은 성으로 강화도 북쪽에서 한강 쪽으로 들어오는 선박을 감제할 수 있는 산성이다. 부분적으로 석축의 흔적이 남아 있으나 대부분 파괴돼 있었다.

강화도 중앙부분에 위치한 혈구산 정상에서부터 5개의 산봉우리를 감싸고 내려와 동쪽 해안까지 연결된 혈구진성(穴口鎭城)이 있다. 이 산성은 강화부의 남쪽 방어를 보강하기 위해 고려시대에 쌓은 성으로 산 쪽은 돌로, 해안 쪽은 흙으로 쌓여 있었다. 이 성은 그동안 혈구산 주위에 있는 작은 산성으로만 알려져 있었으나 육군박물관의 조사에 의해 해안까지 연결된 성벽을 추가로 확인, 길이 9㎞의 큰 성임이 확인됐다.

이 밖에 육군박물관은 구 강화대교 연결지점 부근 산 정상에 위치한 갑창성(甲倉城), 내가면 외포리에 있는 정창성(井倉城), 교동면에 있는 읍성(邑城)·화개산성(華蓋山城)의 위치와 규모를 확인했으나 현당산창성(玄堂山倉城)과 마니산성(摩尼山城)은 위치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완전히 파괴돼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 이현수 육군박물관장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2.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