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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43)

박성희 박사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어뢰 발사와 회수 방법을 모색하던 체계종합실장 이재명 박사는 〈그림〉처럼 발사함(선진호)이 표적함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는 기술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백상어의 분실도 우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위험도가 너무 높았다.

하지만 이박사는 HILS(Hardware In the Loop Simulation) 시스템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HILS는 육상에서 백상어의 수중 운동 현상을 거의 완벽히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박사가 제안한 방안을 검토한 결과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백상어의 탐지 성능과 주행 소음, 진동 소음 등을 측정하기 위해 특별히 개조된 시험용 어뢰(General Test Vehicle)의 발사시험에 이 시험 방법을 적용키로 했다.

물론 어뢰가 앞으로 주행 후 되돌아올 때 자칫 표적기 운용함(발사함)에 부딪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어뢰가 표적함과의 거리 계산이 가능한 능동모드(능동 모드는 어뢰와 표적 간에 음파가 전달되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를 환산해 낼 수 있다)라면 어뢰가 표적을 명중·파괴하는 경우에 대비해 어느 정도 거리에서 주행을 멈추도록 하는 ACO(Attack Cutoff) 로직이 포함돼 있어 걱정할 게 못 된다.

하지만 표적에서 나오는 소음을 탐지, 적함을 공격하는 수동모드의 경우에는 거리 계산 자체가 가능하지 않아 ACO 로직을 적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사전에 설정된 일정한 시간 이후에 어뢰가 부상토록 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표적 함정에 어뢰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수동모드에서도 ACO 기능을 포함시킬 수 있는지를 검토하면서 어뢰가 표적의 하단을 지났다고(수심에서 차이를 둠) 판단되는 그때부터 약 20초 후에 부상하도록 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이 역시 세계 최초로 고안된 시험평가 방법.

적용 결과는 어떠했을까. 1995년 6월1일, 종전 발사시험 때와는 달리 선진호에 발사함과 표적기 운용함의 임무가 주어졌다. 해군 함정은 어선 소개를 위해 목포함(PCC)만이 지원됐다. 특별한 것은 링스(Lynx) 헬기가 동원됐다는 점이다. 어뢰의 분실이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공중에서 어뢰 부상 위치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시험을 실시한 결과 ‘우려는 쓸데없는 기우였다’는 듯 백상어는 3㎞를 앞으로 주행한 뒤 180도를 돌아 다시 선진호의 표적기를 향해 정확히 돌아와 선진호 바로 옆에 부상했다. 이로써 연구팀이 고안, 획기적으로 변경한 이 시험 방법은 완벽히 검증됐다.

이 같은 시험 방법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최초의 방법이었다. 표적기 운용함이 별도로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 절감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었다.

시험 결과를 분석하면서 사업 책임자인 박성희 박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백상어 발사 후에 원하는 각도로 방향을 전환해 주행할 수 있도록 로직을 변경할 것을 지시했다. 그 결과 선박의 통행량이 많은 해역에서도 선박이 없는 쪽으로 임의로 방향을 설정해 발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시험평가 방법은 청상어 개발에서도 계속 적용돼 개발 순기 중 개발 비용 절감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한편 백상어의 잠수함 전투 체계(독일 ISUS-83)와의 연동 문제는 그 실마리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백상어 개발 초기에는 잠수함 전투 체계에 백상어를 어떤 방법으로 연동,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 설정돼 있지 않았다. 해군도 잠수함에서 어뢰를 운용한 경험이 없다 보니 이렇다 할 확고한 방향 제시 없이 연동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백상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는 사업 관계관 회의에서 그 문제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2006. 3. 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3-06 19:4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