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계를 다룬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를 보면 우주전함 외부에 전력장(electric force field)을 펼쳐 방어막을 형성하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전기를 이용한 방어막은 이제 막연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2002년 영국 국방부 산하의 국방과학기술연구소(Defence Science & Technology Lab)는 전차나 장갑차에 장착할 수 있는 전기장갑(electric armor)을 고안해 냈다. 전기장갑은 RPG 대전차 로켓 같은 성형작약탄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구소련이 개발한 RPG 대전차 로켓은 단돈 10달러만 주면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면서도 두께 30cm의 강철장갑을 관통할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이다. 현재 이라크에서도 저항세력이 미군에 대한 공격에 RPG 대전차 로켓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RPG 대전차 로켓 같은 성형작약탄은 고온·고속의 플라스마 제트를 내뿜어 전차나 장갑차의 장갑을 관통한다. 전기장갑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RPG 플라스마 제트를 무력화한다. 전차나 장갑차량 내부에 탑재한 펄스전력 발생장치(pulsed power)를 이용, 차량 외부에 고온의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시켜 성형작약탄의 플라스마 제트를 순간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장갑과는 전혀 다른 원리를 사용한 것이다.

방탄 금속판(metal plating)·절연체·전원 분배선, 그리고 축전기(capacitor)로 구성된 전기장갑 장치의 전체 무게는 겨우 수t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전차나 장갑차의 장갑은 차체의 무게를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두꺼운 장갑을 장착하면 방호력은 올라가지만 무게 때문에 기동성은 저하된다. 하지만 전기장갑은 기존의 장갑과는 다른 원리를 사용하므로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