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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62)

청상어의 몸체(hull) 구조도 백상어와 마찬가지로 외부 압력을 견디면서 어뢰 내부의 구성품을 설치·지지하고 어뢰 내부로 해수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청상어가 백상어보다 직경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 더욱이 최대 운용 수심이 두 배 이상 된다는 점이다.

즉, 몸체 구조가 견뎌야 하는 압력이 백상어의 두 배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량을 최소화하면서 몸체 구조의 강도가 유지되도록 하는 상당히 까다로운 설계가 뒤따랐다. 백상어 몸체를 개발하면서 겪은 알루미늄 용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용접 부위를 완전히 없애는 방향으로 설계한 것이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탄두부 몸체를 먼저 압출재로 제작하고 그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진행됐고, 압력 실험에서도 백상어보다 두 배 이상의 압력(수심)을 견디게 하는 등 전혀 문제없이 모두 성공했다.

이렇게 압력을 이용하는 시험 중 안전사고도 발생했다. 몸체 내부에 압력을 가해 기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실험을 할 때였다. 압력 게이지가 불량이었던 탓에 과다한 압력이 몸체 내부에 가해졌다. 그로 인해 몸체의 앞과 뒤를 막고 있던 시험용 치구가 파손돼 LG정밀 정배균 책임연구원은 양손에 심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청상어 몸체의 연결부는 백상어 몸체같이 단순한 V밴드(Band)형이 아닌 특수한 힐머 조인트(Hilmer Joint)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방식은 조립과 분해가 상당히 까다로운데 조립시 두 몸체의 정렬이 잘 돼야만 수밀구조(오링)가 파손되지 않는다. 또 상당한 힘이 소요되기 때문에 분해·조립용 특수 치구가 필요한데, 사용자를 위해 몸체 설계보다 오히려 이 분해·조립용 특수 치구 설계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력장치부 개발에 있어서는 추진축의 수밀구조 설계와 적용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 기본적인 구조 설계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청상어의 운용 환경 특성상 발사 후 낙하산 이 펴지는 순간과 수면 입수 시에 추진축에는 상당한 충격이 가해진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추진축의 수밀구조가 충격에 강하도록, 그리고 높은 압력이 작용하면서 회전하는 추진축의 기능상 동적 수밀구조가 설계돼야 했다. 따라서 백상어나 돌고래, 그리고 209급 잠수함 등에서 사용하는 취성이 강한 탄소성분의 메카니컬 실(seal)은 적용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동적 수밀구조를 찾는 것이 과제였다.

당시 국내에는 이러한 특수 용도의 동적 실을 제작하는 업체가 없었던 탓에 실 제작회사가 아닌 LG정밀이 고무 재질의 실을 제작하는 외국 회사와 접촉, 그 업체에서 추천하는 실을 이용해 수밀시험 장비를 설계·제작, 시험에 나섰다.

시험 초기에는 청상어 추진축의 압력과 회전 수 요구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LG정밀의 조상욱 선임연구원의 불굴의 의지와 김진천 그룹장의 열정적인 지원이 해결의 키였다. 조연구원 등은 3년여에 걸쳐 수많은 종류의 실을 실험한 결과 마모가 거의 없고 내충격 특성이 우수한 고압용 특수 실(PTFE 재질의 double lip seal)을 선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추진축은 훗날 청상어의 모든 해상 발사 실험에서 단 한 번도 누수가 발생하는 일이 없었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그 성능을 유지하는 우수한 동적 수밀 성능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이 외에도 청상어의 저소음 고출력 특성을 갖는 추진기(프로펠러·덕트·스테이터)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형상을 갖고 있었지만 업체인 천지산업이 무리 없이 소화하며 제작에 성공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품질로 개발됐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2006. 7. 2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7-24 19: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