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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65)

1998년 당시 어뢰팀은 중어뢰 백상어의 운용시험 마지막 단계를 수행하면서 청상어 개발도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우선순위에서 청상어는 백상어에 밀렸다. 따라서 이즈음에는 청상어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이느냐도 중요했지만 한창 건조 중인 한국형 구축함(KDX)의 전력화 일정에 맞춰 개발을 완료할 수 있느냐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다행히 백상어가 그해 6월 말 합참으로부터 전투 사용가 판정을 받아 연구팀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시험용 타우버전 어뢰와 함께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지듯이 입수가 되도록 설계된 시험용 슬라이드 발사대도 완성됐다.안창범·김찬기 박사 등이 타우버전 어뢰에 대한 운동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박영일 박사를 비롯한 최철호·박성운·김삼수·최상문·조운현 박사 등이 HILS(Hardware In the Loop Simulation) 시스템에 의한 육상 점검을 마쳤다.98년 11월 11일, 마침내 청상어의 최초 해상 발사 시험일을 맞았다. 비록 타우버전이었지만 최초의 경어뢰 발사시험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시험선 선진호에는 사업책임자 박성희 박사를 비롯한 이재명·전완수·박영일·전우선·김원제 등 연구원과 LG정밀의 김영빈 그룹장(현 수중연구소장), 해군 EOD 1개팀 등이 승함했다. 외국인 2명도 눈에 띄었는데 프랑스 유로토프(Eurotorp)사 관계자였다. 이 회사는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사로 청상어에 쓰일 프랑스의 DCN의 전지를, SAFT의 전지 셀을, 독일 STN ATLAS의 추진 전동기인 BLDC 전동기를 판매했다.

당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각기 개발하던 A290 경어뢰와 MURENE 경어뢰의 연구를 중단하고, MURENE의 앞 두 글자와 A290의 뒤 두 글자를 따서 두 국가 합작으로 MU90(후에 IMPACT로 명명)이라는 경어뢰를 개발하고 있었던 만큼 청상어에서의 이들 제품의 성능 발휘에 관심을 보인 것이었다.물론 연구팀은 청상어 개발 초기 이렇게 이들 전지와 전동기를 해외 도입으로 사용했으나 해군의 강력한 요구와 국산화율 제고를 위해 해외 도입과 별도로 국내 개발도 병행하고 있었다.

시험 해역에 도착한 선진호는 어뢰 부상 위치 확인을 위해 부상 예정 위치에 부이를 설치하고 슬라이드 발사대를 이용한 타우버전 어뢰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이날도 청상어의 수중 주행 추진음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재진 박사와 홍진숙 연구원은 수중 청음기를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분실에 대비해 탐색용 헬기를 해군에 요청하기도 했다.이윽고 발사 예정 시간 오전 11시가 되면서 주변에 어선과 상선 등이 없음을 확인하고 박성희 박사의 허가를 받아 청상어 발사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발사 버튼을 누름과 동시 어뢰는 미끄러지듯 수중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런데 전지의 활성화에 이어 추진기가 회전하는가 싶더니 이내 조용해지고 말았다. 약 22초 주행 후 어뢰는 수면으로 부상하고 말았다. 수면 부상을 위한 부양장치는 정확히 작동해 어뢰는 수면에 부상했지만 주행 예정 시간 1분 30초에서는 한참 모자랐다.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낙담할 바는 아니었다.

전지 특성상 해상에서 1시간여 동안 해수로 냉각 조치한 후 해군 EOD 대원과 백상어 개발시부터 항상 어뢰 회수에 참여해 온 김원제 연구원에 의해 어뢰는 선진호 갑판에 인양됐다. 청상어 전지의 안전을 고려해 선진호 갑판에서는 금연 조치가 내려지고 전지의 무능화 작업이 시작됐다. 24시간 진행된 후에야 어뢰 분해·자료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첫 시험이지만 실패의 쓴맛을 본 연구팀은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찾아 검토하는 등 원인 분석에 힘을 기울였다. 선진호는 진해항으로 귀항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2006. 8. 2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8-22 00:5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