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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67)

1999년 10월 28일, 연구팀은 상선과 어선의 항해가 잦은 남해 남형제도 부근에서 북여도 근해로 자리를 옮겨 해상 발사 시험을 가졌다. 이날 12시 27분 발사된 청상어는 계획대로 4분 동안 정확히 동작했지만 부상하지 않았다.청상어는 발사 후 제대로 표적을 탐지하고 호밍하는 상태도 양호했을 뿐만 아니라 수중 청음기로 청음한 추진 소음도 매우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과정인 부양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것은 어뢰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시험 중 모든 성능을 완벽히 발휘했다 해도 어뢰를 회수하지 못하면 시험 결과를 확인·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호에 승선한 연구팀과 방산업체 요원 모두 주위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결국 어뢰는 나타나지 않았다.국방과학연구소(ADD)는 12월 중순까지 사이드스캔 소나 등을 이용해 주변 해역을 샅샅이 탐색했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 연구팀의 낙담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제품 분실 처리는 마치 미아 신고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아픔은 꽤 오래 지속됐다.

그러던 2000년 3월 27일, 사업책임자 이재명 박사는 연구원으로부터 ‘번쩍이는’ 보고를 받았다. 당시 마산 MBC는 일본의 야마구치 현과 지방뉴스를 교환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이 뉴스를 시청하다 청상어와 비슷한 어뢰를 인양했다는 보도를 접했다는 것이다.이박사는 부랴부랴 마산 MBC를 찾아 뉴스 화면을 확인하고 그 어뢰가 분실한 청상어임을 확신했다. 당시 일본에는 장승학(현 소장) 대령이 해군 무관으로 근무 중이었다. 장대령을 비롯한 무관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청상어는 2000년 8월 26일 연구팀 품에 다시 안기게 됐다. 백상어 개발 때 있었던 대마도 원정사건의 재판 같았다.

약 9개월 만에 돌아온 청상어는 외부가 많이 부식되고 깨져 있었다. 다행히 내부는 멀쩡했다. 특히 데이터는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시험 당시에 청음한 데이터에 의한 분석 결과와 거의 일치했음을 보여 줬다.부상하지 못한 원인도 밝혀졌다. 연습 탄두부 내에 저장된 고압 공기를 기낭에 주입해 주는 노즐에 문제가 생겨 일시에 공기를 주입하지 못했다. 그나마 아주 조금씩 주입된 덕분에 몇 달이 지나서 부상한 것이다. 연구팀은 어뢰 부상을 위한 구성품의 신뢰도는 높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소형 기폭약과 노즐을 2중으로 하는 등 새로운 개념의 2중 구조 부양장치를 설계했다.

한편 연구팀은 2000년 11월 프랑스에서 직도입해 연습용 어뢰에 적용하면서 동시에 국내 개발이 추진됐던 추진용 전지(알루미늄산화은 전지)의 성능에 대한 해상 시험을 두고 고민에 쌓였다.전지는 국내 기술 여건과 시험 기반이 부족해 개발에 어려움이 가장 많았던 분야. 94년부터 3년간 ADD가 응용 연구를 수행한 뒤 세방하이테크 주도로 시험 개발을 진행했다. 세방하이테크는 육상에서의 테스트를 위해 시험 탱크를 제작했지만 탱크 내부에서 전지가 급격한 연소현상을 빚는 등 시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전지 개발팀장 공영경 박사와 세방하이테크의 김규태 이사 등은 국내 개발 전지를 청상어에 조립해 해상 발사 시험을 해 줄 것을 꾸준히 요청해 온 것이다. 하지만 전지가 잘못되면 시험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에 심사숙고가 필요했다. 여기에 프랑스로부터의 전지 공급이 원활치 못하고 개발 기간에 쫓기면서 연구팀은 마침내 국산 전지를 이용한 해상 발사 시험을 결심했다. 그 첫 시험은 2000년 11월 23일 이뤄졌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2006. 9. 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9-04 22: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