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압장치를 갖춘 밀폐형 조종석에 예술품에 견줄 만한 아름다운 유선형 기체를 자랑하던 전투기들이 창공을 주름잡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소드피시(Swordfish)는 다소 예외적인 기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복엽기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한 소드피시는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는 단 1초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해 보이는 외형으로 실전 배치 당시 시대에 뒤떨어진 항공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어뢰를 사용하는 뇌격기(雷擊機)로 큰 활약을 펼쳤고 특히 독일 해군의 비스마르크 격침에 결정적 공을 세우며 당시 해군 전략사상의 주류를 이루던 거함거포(巨艦巨砲) 논리에 종지부를 찍었다.

1941년 5월 말 영국 해군의 항공모함 아크 로열에서 출격한 소드피시들은 비스마르크의 방향타와 기관실에 어뢰 2발을 명중시켰고 곧바로 달려온 영국 대서양함대는 비스마르크를 대서양에 영원히 수장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심혈을 기울여 건조한 비스마르크는 당대 최강의 전함으로 영국 대서양 함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별 볼일 없어 보이던 소드피시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구식 복엽기에 의해 최신 전함이 격침된 이 사건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해군 수뇌부는 해양전략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해전의 주인공은 전함에서 항공모함으로 교체됐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반기에는 대잠 공격기로 변신, 총 22척에 달하는 독일 해군 U-보트들을 격침했고 지중해 항공작전에서는 43년까지 총 50만t에 달하는 독일·이탈리아 수송선단을 격침하기도 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4. 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