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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

2백만 러시아 대군 日에 왜 패했을까

러일전쟁(1904~1905) 당시 러시아군을 총지휘했던 알렉세이 쿠로파트킨 장군의 회고록이 번역됐다.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인 1904년 2월 일본 해군이 뤼순 항에 정박한 러시아 함대를 공격하면서 러일전쟁이 시작됐다. 러시아는 전쟁 직전까지 전쟁성 대신을 맡고 있던 쿠로파트킨 장군을 만주 주둔 지상군 총사령관에 임명, 극동지역으로 파견했다. 쿠로파트킨 장군은 10월부터 동아시아 최고사령관을 맡아 러일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을 총지휘했다.

1904년 3월 일본 육군 제1군이 압록강을 건너 러시아군을 공격했다. 5월에는 일본 육군 제2군이 요동반도에 상륙, 다롄을 점령했다. 1905년 1월 뤼순 요새와 뤼순 항의 러시아군이 일본 육군 제3군에 항복했다. 3월에는 요동반도 중심부인 봉천(선양)에서 일본군 24만 명이 러시아군 36만 명과 격돌, 처절한 고전 끝에 일본군이 승리했다. 러시아는 최후 수단으로 발틱함대를 파견했지만 1905년 5월 쓰시마 주변 해역에서 일본 해군에 완파당하고 말았다.

쿠로파트킨은 이 같은 패배에 책임을 지고 야전군사령관으로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정규군 200만 명을 보유했던 러시아가 평시에 겨우 16만 명으로 구성돼 있던 일본 육군에 패배한 데 대해 러시아 내부에서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전쟁이 끝난 지 3년 후인 1908년 쿠로파트킨 장군은 러일전쟁 회고록을 집필했다. 결과적으로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군이 패배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패장의 쓰라린 회고록인 셈이다.

회고록을 통해 쿠로파트킨은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부족, 예하 지휘관들의 잘못, 장교와 병사들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지적한다. 비록 변명과 반성의 경계선상에 있는 회고록일망정 패전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러일전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회고록은 자신의 행동이나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를 다룬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쿠로파트킨 장군은 작전과 관련된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선택 가능했던 여러 방안과 그 장단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쟁 분석보고서 같은 품격을 갖춘 것이 이 회고록의 특색이다. 러일전쟁은 우리나라가 직접 교전 당사자로 참전하지 않은 ‘남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러일전쟁의 끝은 을사늑약이었고, 늑약은 결국 대한제국의 멸망으로 연결됐다.

남의 땅에서 남의 손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가 바로 러일전쟁인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러일전쟁은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한글 번역은 현재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재임 중인 심국웅 씨가 맡았다. 1909년 출간된 스페인어판을 번역한 것이 아쉽지만 쿠로파트킨 장군의 회고록이 한글로 완역된 것은 최초라는 점에서 가치가 적지 않다. 02-2173-2494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7. 7. 5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07-05 18:2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