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公衆 신뢰성 확보 戰勝기여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對)국민 담화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결사 항전 촉구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언론을 통한 성명 발표, 심리전·홍보전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미디어 전쟁'이라 불린다.

특히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전투기 해군 1호기를 타고 안착, 주요 전투 종결 선언을 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전쟁 발발 전단계에서부터 전쟁수행단계, 그리고 종전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심리전과 공보작전을 병행 수행했다.

국내외 많은 언론은 이러한 미국의 대언론정책과 관련해 많은 평을 쏟아냈으며, 자신들이 생산해낸 수많은 전쟁 관련 보도(오보를 포함)가 `결과적으로 많은 부분이 미군의 심리전에 이용당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우리나라 언론들은 미국 언론사의 보도를 인용 보도하고 그것이 오보로 밝혀지자 그 원인을 미군 심리작전의 첨병 역할을 수행한 미 언론에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심리작전(psychological operations)과 공보작전(public affairs operations)을 명확히 구분하되,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해 수행한다는 미군의 정보작전(information operations)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아직 군에서조차 공보활동이 작전 개념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볼 때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수행한 공보작전을 명확히 이해하고 심리전과 구분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글에서는 이라크 전쟁에서의 미 공보작전을 종군기자 프로그램과 연합합동보도본부에서의 공식 브리핑을 중심으로 분석, 소개해 향후 우리 군 공보작전 개념 정립을 위한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제시코자 한다.

다만 미군의 공보작전은 심리작전과 함께 정보작전의 한 분야로 수립돼 시행되므로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미 합참 정보작전교리·공보작전교리에 나타난 정보작전·심리작전 및 공보작전과의 관계를 간단히 소개한다.


심리전과 공보작전의 관계

미 합참 정보작전교리에서 밝히고 있는 정보작전은 많은 분야와 유기적으로 협조해 수행되도록 수립되는데 여기에는 작전보안·심리작전·군사기만, 공보 및 민사활동이 포함된다.

이중 심리작전은 전략적 수준과 작전적 차원의 것으로 나뉘는데 전략적 수준의 심리작전은 정치·외교적 수준의 성명 발표 등의 형태로 정의된다.

즉 미국은 전략적 수준의 심리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전쟁 직전과 초기에 이라크군 장교 등 고위 지도자를 대상으로 후세인 대통령의 정권 전복과 망명 등을 권고하는 이메일을 발송하고,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언론 발표를 통해 강력한 전쟁수행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작전적 수준의 공보작전으로는 전단지 살포·선무방송 등이 있다. 이는 미중부사령부가 2002년 12월30일 공식 브리핑에서 대이라크 심리전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것에서 보듯 `이라크 군인들에게 후세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지 말도록 선동하는 전단을 뿌리고 EC-130(Comm ando Solo·공군 차원의 대표적 심리작전 도구)을 이용한 방송을 송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기에서 명확히 확인해야 할 것은 심리작전과 공보작전의 관계다. 공보작전은 미 합참 정보작전교리·공보작전교리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듯 대내외 공중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 군사목표의 명확한 인식 제고와 언론을 통한 아군의 확고한 능력 과시 등을 목적으로 하되 절대 대내외 공중에 대해 기만술을 쓰지 않도록 정의돼 있다.

결국 공보작전이 여타의 다른 정보작전과 다르게 언론과 공중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며 신뢰를 상실한 공보작전은 더 이상 공보작전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라크전에서의 공보전략

지난 걸프전·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 국방부가 채택한 공보전략은 연합·합동 보도본부의 운영과 공동취재(pool system), 정보유통을 철저히 통제하는 중앙 브리핑으로 요약되는바 이는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됐다.

결국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군과 언론의 갈등관계를 해소함과 동시에 군의 작전보안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언론정책을 수립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다음 두 가지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드러났다.

즉 전황에 대한 정보를 세계로 내보내는 창구 역할을 한 종군기자 프로그램(embedded program)과 중부사령부 연합보도본부(combined press information center)의 공식 브리핑이다.


종군기자프로그램

이라크 전쟁에서 새롭게 채택된 종군기자 프로그램은 기존 미 공보작전에 견줘 볼 때 가장 특징적인 공보작전의 틀이다. 기자를 야전부대에 직접 배치해 모든 것을 직접 보고 보안성 검토 없이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미군 역사상, 그리고 전쟁 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종군기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군의 입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는 기존의 대언론정책과 핵심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지침(ground rules)을 적용할 수 있었다는 점과, 도입 당시 이러한 결과를 예상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종군기자들이 숙식을 같이하는 미군과 인간적 동질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기자가 미군의 시각에 자신도 모르게 동조하게 됐고, 기사에서 미군을 `우리 군'으로 표현하는 등의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 미군의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은 이번 전쟁을 선과 악의 전쟁으로 상징화해 국제사회에서 후세인 정권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부시 행정부의 국제정책과 일맥 상통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일선 부대 동행 취재보도는 현장에 있으나 핵심정보 접근에는 한계가 있어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전황 스케치 정도에 그치기 쉬웠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정보 유출을 방지했다.

결국 이러한 종군기자 프로그램은 미군의 입장에 유리하게 보도하도록 언론의 자기검열을 제도화한 효과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부사령부 연합보도본부

이번 전쟁에서 미 공보작전의 중추기관인 연합보도본부는 종군기자 프로그램 외에 기존의 군 공보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정보통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미군은 신중하고 제한적인 작전 브리핑과 보도자료·보도화면 제공으로 군에 유리한 정보는 제공하고 불리한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여파를 줄이는 전략을 취했다. 이중 대표적인 공보작전은 후세인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을 통한 전쟁 명분 찾기와 린치 일병 구출작전 보도를 통한 연합군의 사기 진작 사례다.


연합군 전쟁명분 지원보도

연합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한 이후 전쟁이 종전을 향해 치닫는 시점에서도 전쟁의 주요 명분으로 설정했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자 미군은 초점을 부패한 후세인 독재정권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와 관련, 이라크 전역에서 후세인 동상과 초상화가 파괴되는 장면이 잇따라 보도됐다.

중앙일보 4월10일자는 “바드다드 중심가 알피르두스 광장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이 미군 탱크의 도움을 받아 후세인 대통령의 대형 동상에 밧줄을 걸어 쓰러뜨렸으며 이 과정은 아부다비 방송이 촬영해 BBC· CNN 등을 거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부사령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 육군이 바그다드의 후세인 궁에 숨겨져 있던 6억 달러의 현금을 발견했음을 발표하고 이를 수거하는 장면을 촬영해 공개했다.

이후 4월21자 중앙일보는 19일자 뉴욕 타임스 기사를 인용한 `후세인 궁에서 100달러짜리 지폐 6억 달러 발견' 제하의 기사를 통해 미 육군 3사단 장교가 19일 후세인 궁에서 찾아낸 100달러 짜리 뭉치를 들어 보이는 사진(미 육군 제공)과 함께 “정권유지를 위해 은닉한 재산의 일부로 보이는 약 8000억 원어치의 달러가 구멍이 뚫린 벽 안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보도들은 이라크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에 부패한 독재자 후세인과 이로부터 해방된 이라크 국민들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었고 이는 이라크 전쟁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공보작전이다.


연합군 사기진작 보도

미군은 평소 자국군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첫째, 전쟁에서 부상하면 국가가 이에 대한 치료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둘째, 적에게 포로로 잡히면 최선을 다해 구출하며 셋째, 만약 전투에서 사망하더라도 유해는 반드시 찾아 가족에게 돌려준다고 강조하고 실제 그렇게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시행됐으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 홍보한 사례는 린치 일병 구하기 작전일 것이다.

4월2일 중부사령부 브룩스 준장은 린치 일병 구하기 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됐음은 물론 미군 사상자 11명의 시신을 발견, 송환했음을 밝혔다.

특이한 점은 작전수행과정을 컴뱃 카메라 팀(combat camera team)이 동행 촬영, 동영상 자료를 확보하는 등 홍보를 위한 만반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브리핑 서두에서 발표하지 않고 있다가 질문을 받을 때 기자가 이에 관한 질문을 하며 비디오 자료 공개를 요구하자 결과를 발표하고 자료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는 홍보를 위한 작전이 아니었다는 인상을 주면서 기자들의 관심을 유도,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뜻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브룩스 준장은 기자의 요구에 비디오를 공개하며 영국군과의 연합합동작전이 성공적이었음을 발표했다.

결국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들은 중부사령부가 제공한 사진(린치 일병이 성조기에 싸여 구출되는 장면)과 함께 린치일병 구하기 작전을 대서특필, 미군 포로의 처참한 모습 방영 이후 침체된 연합군의 사기 진작에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 미국인들의 전쟁에 대한 지지 여론 상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 밖에 전쟁 초기 움카스르 함락 오보에 대한 입장 발표, 바그다드 시장 오폭에 대한 브리핑, 연합군의 바그다드 전격 진입 작전을 앞둔 브리핑 등을 분석한 결과 미군의 공식 브리핑은 거짓정보를 유포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이용해 지지 여론이 저하될 수 있는 각종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연합군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즉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의 공보작전은 미 합참 공보교리의 `공보의 기본원칙'에서 밝히고 있듯이 신뢰성을 바탕으로 수행됐고 언론매체의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전쟁의 승리를 위해 기만적인 정보까지도 이용하는 심리전·선전전과 엄격히 구분됐다. 다만 수많은 전쟁 관련 보도(오보 포함) 중 특정 보도가 어떤 작전의 영향을 받았다고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공보작전이 전쟁의 승리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민사, 심리작전과 유기적으로 배합·운영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의 공보작전은 `언론과 공중(公衆)에 대한 신뢰성 유지'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수행됐으며 장병의 사기진작과 전쟁수행에 대한 긍정적 여론 형성을 통해 전쟁 승리의 숨은 주역이 됐다는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