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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중동전 ‘살아있는 현대전의 교과서’

욤키푸르 1973 <사이먼 던스턴 지음 I 플래닛미디어>

중동전은 1960년대 이후 세계 안보 정세의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전쟁이었다. 석유자원의 무기화와 고유가를 촉발하는 등 세계 경제와 안보 질서에 끼친 파급은 그 어떤 전쟁보다 컸다.

더욱이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중동전은 현대전의 대표적 전형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중요한 전쟁일 수밖에 없다. 특히 6일 전쟁으로 불리는 3차 중동전과 욤키푸르 전쟁으로 불리는 4차 중동전은 참고할 만한 전투 사례를 수없이 발견할 수 있는 전투 교훈의 종합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

베트남전과 아프가니스탄 대테러 전쟁은 비정규전의 비중이 너무나 컸고, 걸프전·이라크전은 압도적 전력 차로 교훈으로 삼을 만한 전투 사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3·4차 중동전은 거의 동급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진 국가들끼리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전쟁에서 교훈을 얻고자하는 이들에게 ‘생생한 현대전 교과서’라고 할 만한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특히 현대 기갑전투나 대전차전에 관한 한 중동전 사례는 절대적인 기준점 역할을 한다. 욤키푸르 전쟁 당시 이스라엘 7기갑여단 소속 77 ‘OZ’대대의 혈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대부분 국가의 기갑부대에서 가장 관심있게 연구하는 전투다.

77 ‘OZ’대대는 골란고원에 위치한 눈물의 계곡에서 수적으로 15배나 많은 시리아 전차를 맞아 36시간이나 버티는 신화같은 전투기록을 달성했다.

전장 상황에 걸맞은 신속한 상황 판단과 이에 따른 대응, 지휘관 전사시 지휘권 계승 문제, 파괴된 전차의 전장 응급수리, 막심한 손실을 입은 부대를 신속하게 전장에서 재편성해 전장에 투입하는 문제 등 현대 기갑부대가 실전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기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전투가 바로 욤키푸르 전쟁에서 벌어진 것이다.

플래닛미디어에서 출간한 ‘욤키푸르 1973’ 제1권은 욤키푸르 전쟁 당시 골란고원 일대에서 이스라엘군과 시리아군의 격돌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아비그도로 카할라니의 탁월한 전투체험기인 ‘골란고원의 영웅들’이 이미 국내에 번역·소개된 적이 있지만 당시 전쟁 상황을 좀 더 거시적으로 살펴보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욤키푸르 1973’ 제1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욤키푸르 1973’ 제2권은 욤키푸르 전쟁시 수에즈운하와 시나이산맥 일대에서 벌어졌던 이스라엘군과 이집트군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수에즈운하에서 벌어진 전투들도 골란고원 일대의 전투만큼이나 흥미로운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이집트군의 수에즈운하 도하작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극적인 작전이었다. 이집트군은 운하 기슭에 버티고 있던 거대한 모래 방벽을 고압 호스로 뚫고 통로를 개척했다.

이집트군조차 3만 명 정도의 인명 손실을 감수할 작정으로 시작한 도하작전이지만 실제 인명 손실은 불과 수백 명에 불과했다. 적이 예상하지 못한 공격방식을 택할 경우 거둘 수 있는 공격자의 이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아리엘 샤론 등 이스라엘군 지휘관들이 모험적인 역도하작전을 감행하면서 전쟁의 균형 추는 또다시 극적으로 바뀐다. 이스라엘군의 반격작전은 기갑부대에 의한 과감한 후방 침투를 통해 어떻게 적의 주력을 격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전형적 전례였다.

이 밖에도 대전차유도탄이나 대공유도탄으로 정밀하게 구성한 화망을 준비 없이 돌파하려 시도하는 전차나 전투기가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되는지 처절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욤키푸르 전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욤키푸르 전쟁이 단순히 작전적·전술적 차원의 교훈만 주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전쟁 징후를 보여주는 수많은 정보를 입수하고도 막상 총동원령을 내리는 데는 주저했다. 예비군을 총동원하는 것은 국제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 차원에서도 너무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가혹했다. 욤키푸르 전쟁 초기 이스라엘은 거의 방어선 전면 붕괴와 패망 직전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스라엘 못지않게 군사력의 적지 않은 부분을 예비 전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깊게 음미할 필요가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02-3143-3366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7. 12. 27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12-27 18:5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