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군에 요구되는 군사력 발전소요는 크게 대외적 안보환경 변화에의 대응과 대내적 전력개선 소요의 충족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 자주적 방위 역량의 확충
▲ 포괄적 방위체제로의 전환
▲ 미래전쟁 양상에의 부응
▲ 한국군의 현 취약성 보강 등 네 가지 핵심 항목으로 세분화된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대북 군사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군사력을 발전시켜 온 것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자주적 방위 역량 확충

한국 방위에 있어 미국 지원은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나 점차 한국군이 담당하는 역할이 증대되는 형태로 진전돼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적 ‘자주적 방위 역량’은 ‘한국군의 독자적인 전력 및 지휘체제로 외부로부터의 모든 군사위협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 자주방위의 의미 중 특히 대북 방어 측면에 있어서는 ‘독자적으로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함과 동시에 전쟁 발발시에는 북한군을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을 구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변국 등 불특정 위협까지 포함한 이상적인 자주역량 구비는 막대한 예산소요와 국내 과학기술 수준 등의 측면에서 달성하기 곤란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 측면에서는 미국을 포함한 지역안보체제 등의 외부 협력과 지원을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의 자주’ 또는 ‘협력적 자주’를 추구함이 타당할 것이며, 이에 필요한 군사적 능력 확충을 중장기적 목표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즉 주한미군의 대북억제 능력 일부를 점진적으로 대체해 자주적 방위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지휘 능력 확충, 전시 초기 해상 및 공중 우세권의 조기확보, 조기경보 및 정보 능력 확보와 같은 분야에 집중적인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


‘포괄적 방위체제’로 전환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북한과 주변국의 적대적 의지의 변화 양상은 예측하기 곤란하나 상대적 군사 능력 측면에서는 북한의 경우 그 향상속도가 한국군에 비교해 점차 하락할 것이고, 주변국의 경우 대체로 현재의 대(對)한국 우세현상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군사위협의 총량’을 ‘상대국이 한국에 대해 표출하는 적대적 의지’와 ‘상대국의 군사적 능력’의 결합된 상태로 이해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위협을 포함, 주변국의 잠재적 군사위협에도 대비하는 ‘포괄적 방위체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즉 주로 북한에 대비한 현 전력구성과 현격히 우세한 주변국의 군사 능력, 그리고 우리의 경제·기술적 능력을 고려할 때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군사협력체제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유사시 국가방위에 필요한 최소한, 즉 ‘제한적 방어충분성’에 적합한 군사적 역량 구비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군사력 전반에 걸친 발전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 소요되는 전력증강 투자예산은 매우 방대할 것이나 중장기적 관점의 한국 방위체제 구성상 추진이 불가피함이 인식돼야 할 것이다.


미래 전쟁 양상에 부응

최근 예측되고 있는 전쟁 양상 변화의 주요 원천은 정보화 확산에 따른 군사혁신(RMA)의 추진에 있다.

군사혁신 개념은 ‘전략 차원의 정찰-타격 복합체’(reconnaissance-strike complex)를 구축하는 것으로 신속히 표적을 발견함과 동시에 장거리에서 정밀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력체계 혹은 군사 과학기술 중심의 혁신 개념은 작전운용 개념과 군사조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즉 정보획득 능력과 이의 실시간 공유범위 확대, 각종 화기의 사거리 및 명중률 향상, 항공우주 및 지상·해상 기동수단의 속도와 작전반경의 비약적 진전에 따라 기존의 지상·해상·공중의 전투공간이 정보 및 우주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과거의 축차적이거나 일부 관심영역 중심의 전력운용 개념이 분산된 전력요소를 동시에 통합해 운영하는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정보화 및 C4I체계 구축 기술은 조직의 계층 완화에 따르는 지휘폭(span of control) 증대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군 조직의 네트워크화가 추진돼야 한다. 또 다양한 유형의 전력요소를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군간 기능상 경직성을 완화하는 합동성의 증대가 필수적이라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군사혁신은 미래전 양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우리 군으로서도 한국적 여건을 고려한 군사혁신 개념의 추진은 당연할 것이다.

군사혁신의 추진을 위한 신규 무기·장비체계의 획득은 물론 작전운용 개념과 군사조직의 개선에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을 고려할 때 예산확보에 따라 그 추진속도가 좌우될 것임은 당연할 것이다.


한국군의 현 취약성 보강

현재 한국군에는 첨단 신형 무기체계와 1960~70년대의 구형 무기체계가 혼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군은 30~40년 전의 주력장비에 아직도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양적인 측면에서는 현재 구형 무기체계가 우리 전력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방예산 제약으로 인해 전력 개편사업이 지연된 데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첨단 무기체계와 함께 구형 무기체계의 상당부분도 군에서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이러한 현상이 전투력 발휘 저하에 직결됨은 당연한 것이다.

현재 취약성은 구형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정보획득 능력의 절대적 취약, 한국적 지형 여건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하는 통신체계, 전면전 수행에 충분하지 못한 유류·탄약 및 군수지원체계 등 광범위한 분야에 산재해 있고 이의 보완 역시 막대한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6.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