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군사력이 증강되는 조짐이 보일라치면 한국 매스컴들은 으레 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서는 현상이 공통된 모습인데 필자는 그럴 때마다 군국주의는 아니고 ‘군사대국 일본’ 내지는 ‘군사 대국화하는 일본’이라고 일종의 오류를 지적하곤 했다.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던 1990년대 초 일본 사람들은 일본은 매우 취약한 자위대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이 공격하면 일본 자위대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오로지 일본열도를 방위하기 위한 전수방위(專守防衛)만이 일본의 유일무이한 군사전략이라고 했다.

너무 진지한 그 설명은 일본 방위청 간부들이 마치 무슨 연습을 한 것처럼 똑같고 납득이 안가는 외국인 연구자는 그 설명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아 끊임없는 궁금증을 불러 오곤 했다.

한국의 모 방송사가 일본 자위대 취재에 들어 갔을 때 일본 방위청에서는 육·해·공군 대령 세 명을 필자에게 파견, 이틀에 걸쳐 일본 자위대에 대한 전력을 설명했는데 그들은 일본 자위대가 대단히 연약한 군사력만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설명을 듣고 납득이 갈 만도 했던 것은 “일본이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나, 공격형 무기체계의 상징인 항공모함이 있는가”하며 되물으며 그럴 법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작전반경이 넓어지는 공중급유기도 없는 일본을 왜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하면 일본의 군사력이 막강하다고 우겨대던 이쪽이 오히려 곤경에 빠지게 될 지경이었다. 그래서 초점을 맞춘 것이 일본 군사력의 잠재력을 파헤치는 것이었다.

지원전투기 같은 첨단 전투기를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축적해 온 것이라든가 고도 3만6000㎞에 8ｔ에 가까운 물체를 쏘아올릴 수 있는 로켓 능력의 보유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수십 년 동안 절치부심 노력해 온 결과다. 잠수함의 평균 연령도 7.5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함령(艦齡)을 자랑하고 있고 첩보위성도 독자적으로 생산해 발사한 나라가 일본이다.

그래서 1년 동안의 연구를 마치고 돌아오기 직전 방위청 간부 백 수십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은 군사기술 대국”이라는 말로 결론을 내릴 때 그들은 마치 감춰놓은 것을 들켜버린 양 어색한 표정을 짓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러나 일본이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지 않다고 인정해준 것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성숙한 민주주의의 경험을 쌓고 군사력의 문민통제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종전 50년을 지나면서 일본은 본격적으로 달라지고 있는데 자위대에 헌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평화헌법 제9조의 개정을 겨냥하고 유사시 자위대의 행동방침을 규정하는 유사법제를 통과시켰다. 일본 국회에서 15년 동안 주변국들이 의심한다고 유보하고 있던 공중급유기 도입을 결정하고 1만3500ｔ급의 항공모함급 함정을 건조키로 했다.

‘공중급유기가 있나 항공모함이 있나’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일본이다. 그래서 요즈음의 동북아를 19세기 말과 유사하다고 하는 지적이 많은데 급부상하는 중국과 강성 일본이 각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환경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우리도 국방비를 현실화해 유비무환의 안보태세를 견지해야 하겠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7.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