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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쉽게 그려낸 미래 전장 모습
'미래전장 스크랩'
 제2차 세계대전의 운명을 바꾼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미군 최고 지휘관들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것은 바로 날씨였다. 기상조건이 악화되면 상륙작전 자체가 연기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자꾸 작전이 지연되다 보면 작전의 비밀이 새어 나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좋은 날씨를 예상하고 작전을 강행했다 기상조건이 악화되면 그것은 더한 낭패를 부를 수도 있다.
미래 전장에서는 단순히 기상을 예보하는 수준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원하는 기상조건을 만들어 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인공적인 집중호우로 적 전차부대의 기동을 제한하는 방법은 이미 실험까지 마친 상태고 번개를 일으켜 전투기 발진을 만드는 방법이나 폭풍을 약화시키는 방법도 이미 상당 수준까지 진행된 상태다.
현대전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전장 환경 중에 하나가 게릴라전이다. 민간인과 게릴라들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작전수행에 어려움이 많은 데다 자칫하다 민간인의 인명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치·외교적 논란으로 번져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기 쉽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비살상무기다. 적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할 뿐, 생명을 잃게 하지는 않는 것이 바로 비살상무기다.
선진국에서 연구된 비살상무기 중에는 ‘악취탄’이나 ‘사랑탄’도 있다. 악취탄은 한번 맞으면 며칠 동안 심한 악취를 풍기게 만들어 전투 장소에서 이탈한 게릴라가 민간인 사이에 섞여 들어가도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 ‘사랑탄’은 동성애를 유발시켜 적의 군기와 조직력을 와해시키는 개념의 무기다.
한국국방연구원의 노훈·독고순·유지용·고덕수 박사가 집필한 ‘미래 전장 스크랩’은 이처첨 현재 개발 중인 미래형 무기들을 통해 미래 전장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보여주는 책이다. 미래 전장과 군사기술이라는 중량감 있는 주제를 최대한 부드러운 접근으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특히 미래 전장에 대한 군사 이론과 정보가 짤막한 에피소드, 삽화가 곁들여져 일반 독자들도 가벼운 기분으로 미래 전장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장인 ‘발전하는 군사기술’에서는 스마트포탄, 정밀유도기술, 극초음속전투기, 성층권비행선을 비롯해 이원화 화학탄에 이르기까지 최신 군사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둘째 장인 ‘군사기술변화와 전장구조’에서는 최근 몇 년간 화두인 신시스템복합체계, 네트워크전, 사이버전쟁에서 비선형전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군사기술변화와 장병’에서는 심리전, 전쟁과 매스미디어에서부터 전투 스트레스, 전장 리더십, 전우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첨단기술의 발전 추세를 먼저 소개한 후 그 첨단기술을 미래전장에 응용하는 방식, 나아가 장병의 관점에서 이를 수용하고 적응해 나가는 문제 등을 유기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메시지 전달과 흥미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맞췄다는 점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일화들을 곁들이고 있지만 저자들이 던지는 주제 의식이 분명하게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야전을 기본으로 시가전을 특수한 전장형태로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저자들은 ‘시가전을 가장 기본적인 전투형태로 생각할 때가 왔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등 이 책 곳곳에는 한 번쯤 심사숙고해 볼만 한 주제가 적지 않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미래 지향적인 기술이 전장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술 만능론을 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수용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정보화기술이 발전하면서 상급 지휘관이 전투 일선의 세밀한 부분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 마냥 옳은 일일까. 전장 상황을 좀 더 명쾌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상급 지휘관이 중간제대를 무시하고 과도하게 지엽적인 문제까지 개입함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저자들은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정보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상급 지휘관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것보다는 하급 지휘관에게 권한을 위임해 각자가 모두 전장에서 정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문의 02-961-1171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8. 10. 9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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