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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문제가 세계 안보 질서 좌우

'21세기 국제자원 쟁탈전' <미첼 클레어 지음/해양전략연구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병사 한 명은 하루에 석유 1갤런(약 3.8리터)을 소비했다. 1990~1991년의 걸프전쟁에서 미군 병사 한 명은 하루에 석유 4갤런을 소비했다.

이에 비해 2003년 이후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 한 명이 소비한 석유의 양은 하루에 16갤런에 달했다. 대략적인 계산만으로도 반세기 만에 미군은 16배나 많은 석유를 더 소비하는 구조로 변한 것이다.

이 단순한 수치의 변화만으로도 석유가 안보 측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더욱 문제는 군대 차원을 떠나 경제 자체만으로 봤을 때도 석유는 한 국가의 사활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석유에서 자유로운 현대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석유의 안정적 수급은 한 국가의 경제 활동을 유지하고 군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여기에 새로운 변수 하나가 추가되면서 석유를 비롯한 국제자원 쟁탈전은 더 격렬하고 복잡한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 다름 아닌 중국과 인도의 부상이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발전으로 석유 소비가 폭증하면서 전 세계적인 석유 공급난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석유를 비롯한 국제 자원의 공급난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처럼 고유가로 강대국의 위상을 회복해 가는 나라도 있다. 고유가 시절 러시아는 푸틴의 주도 아래 에너지 수출로 얻은 수익을 국내 경제 재건에 집중 활용했다. 밖으로는 에너지 문제를 지렛대로 수시로 유럽국가들을 압박해 가며 강대국 러시아의 위상을 과시했다. 최근 석유가의 하락과 함께 러시아 경제도 일시적인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는 데서 보듯이 냉전 종식 후 러시아의 국제적 힘은 유가와 연동되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중동과 함께 최근 강대국의 힘 대결이 펼쳐지는 대표적 무대는 바로 카스피해 연안국가 등 중앙아시아 지역이다. 미국·러시아·중국 등 세계 주요 강대국들은 주요 석유 매장지 중 하나인 카스피해 연안국가에 보다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아프리카 또한 세계 주요국 에너지 쟁탈전의 무대로 변하고 있다.

올 한 해 세계를 뒤흔들었던 살인적인 고유가도 이 같은 흐름을 바탕에 깔고 일어난 사태였다. 세계 경제위기로 석유 가격이 조정되면서 고유가 파동은 일시적으로 잠잠해진 상태지만 또다시 석유 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석유가 많이 매장된 지역은 세계 강대국들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미첼 클레어 교수가 집필한 ‘21세기 국제자원 쟁탈전’은 석유를 둘러싼 주요국의 움직임을 외교안보적 관념에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석유를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이 이미 ‘문턱을 넘은’ 상태라고 표현한다. 특정한 석유 수출국을 장악하기 위해 주요 강대국들이 무기 판매 지원과 군대 주둔 등 온갖 방법으로 경쟁하고 있어 관련국의 다툼이 ‘지옥불’ 속으로 빠져드는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를테면 중국과 일본이 춘샤오 유전으로 대립하고 있거나 러시아·중국과 미국·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블럭화해 대결하는 조짐 등을 그 사례로 든다. 최근 미국이 사우디에 첨단무기를 지원하고 반대로 러시아가 이란에 무기판매 등으로 후원하는 것도 위험한 조짐 중의 하나다.

저자는 이 같은 사례를 적시하면서 석유를 향한 강대국의 쟁탈전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보다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지 되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의 02-333-2536~8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8. 12. 2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8-12-26 15: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