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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전투에 진다’… 패전서 배우는 승리기법

패배는 지금도 말하고 있다 <사울 데이비드 지음/양서각>

어떤 군대가 훈련을 제대로 받은 부대인지 아니면 오합지졸로 구성된 어설픈 부대인지 알아보려면 ‘승리할 때보다 패배할 때의 모습을 관찰하라’는 말이 있다.

오합지졸로 구성된 부대라 할지라도 기습이나 지형문제 등으로 우연히 승리를 거두는 것도 가능하지만 패배할 때도 엄정한 군기를 유지하면서 조직적으로 철수하는 것은 진짜 실력 있는 부대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쟁사도 마찬가지여서 어떻게 이겼느냐를 살펴보는 것 못지않게 왜 패배했는지를 고찰하는 이른바 ‘패전 연구’도 역설적으로 승리하는 법을 배우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영국의 전쟁사학자인 사울 데이비드가 쓴 ‘패배는 지금도 말하고 있다’(원제 Military Blunders)도 이 같은 패전 연구라는 관점에서 전쟁사에 접근한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고대 전쟁부터 현대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쟁사에서 대참사를 초래한 요인을 전투지휘 능력이 없는 지휘관, 잘못된 계획, 정치인의 군사작전 간섭, 지휘관의 자만심, 그리고 부대의 임무수행 능력 부족 등 5가지로 구분한다. 이 같은 관점 아래 각 요인별로 6개의 전투사례를 제시해 모두 30개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사울 데이비드는 1942년 영국의 동남아 전략거점인 싱가포르를 단 한 차례의 적 공격에 상실한 영국의 퍼시발 중장부터 1842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치명적 패배로 대영제국의 위상에 먹칠을 한 윌리엄 엘핀스톤 중장에 이르기까지 전술적 식견이 부족하거나 우유부단함 등으로 치명적 패배를 초래한 지휘관의 사례를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더욱 용서할 수 없는 패전의 원인으로 재앙을 초래한 계획을 꼽고 있다. 계획단계부터 과오가 개입되면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패배가 결정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의 솜므 전투다. 1916년 7월 1일 시작된 솜므 전투의 첫째 날 12만 명에 달하는 병력 중 6만 명이 부상과 전사 등으로 전투력 손실 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이 중 2만 명은 전사였다. 포병 화력을 과도하게 평가해 작성된 작전계획은 애당초 달성될 가능성이 없었음에도 작전은 강행됐고, 그 결과 모든 영국군 공격제대는 불을 뿜는 독일군 기관총 앞에서 목초같이 쓰러졌다. 전사 자체가 비극적이지만 애당초 성공 가능성이 없는 작전에서 무수한 인명이 손실됐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참사 그 자체였다.

전문적인 군사교육을 받지 않은 정치 지도자가 과도하게 군사작전에 개입하는 것도 전쟁에서 대실패를 부르는 원인이 된다. 1942년 7월 독일의 히틀러는 4기갑군을 돈강 하류를 도하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원래 계획상 4기갑군과 함께 스탈린그라드를 공략할 예정이었던 6군은 전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무리한 공격을 감행해야 했다.

전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히틀러의 간섭은 끊이지 않았다. 히틀러는 심지어 자신의 무리한 작전 지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육군참모총장을 교체하는 무리수까지 범했다. 그 결과는 파멸이었다. 1943년 1월 31일 6군 사령관 파울루스 원수는 소련군에게 항복하는 치욕을 당했다.

프랑스군이 베트콩에 참패한 디엔비엔푸 전투처럼 과도한 자신감이 치명적 파멸을 불러오기도 한다. 또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대의 임무수행 능력 부족은 거의 반드시 패배를 불러오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책을 번역한 박영록(육사33기) 대령은 “서울대학교 학군단장 시절에 우연히 독일의 한 군사 전문지에 소개된 책을 구매해 감명 깊게 읽고, 이런 군대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 번역한 것”이라며 “이 책을 통해 군을 이끌어 갈 후배들이나 군에 애정을 가진 모든 분들과 함께 ‘군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군은 전쟁의 승리를 궁극적인 존재 가치로 하기에 과거 패전의 역사가 오늘날의 군대에게 들려주는 역사적 교훈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우리 군이 창군 60주년을 맞아 ‘강한 전사, 강한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번역서가 전투 위주로 사고하고 전투 위주로 행동하는 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문의 02-991-6234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9. 1. 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9-01-08 17:4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