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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난세<亂世>는 기회였다

명장 <우한 엮음/살림출판사 펴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로 1993년 ‘천재경영론’을 역설했다.

21세기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한두 명의 탁월한 인재가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말이 유행할 만큼 핵심인재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비단 이런 현상은 기업뿐만이 아니라 병영의 지휘관 리더십에도 적용된다.

‘만 명의 졸병을 얻는 것보다 한 명의 유능한 장수를 얻는 게 어렵다’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마천의 ‘사기’와 옛 문헌의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춘추전국시대부터 당나라까지 5000년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명장(名將) 15인의 삶과 지혜를 담았다. 명장들은 위기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조국을 구하고 자신의 입지를 높였을까. 특히 어떻게 국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싸움에서 선봉장이 되거나 난공불락 요새의 수문장이 돼 나라의 희망이 될 수 있었는가.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위기에 빛나는 명장들의 수준 높은 리더십과 위기 경영술은 어땠을까.

한나라 1대 황제 유방은 평범한 농민 출신이지만 탁월한 인재관리 능력을 기반으로 최고 통치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낙양의 남쪽 궁전에서 축하연을 열었다. 그때 한 신하가 유방에게 초나라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신하의 우문에 자신을 잘 아는 유방은 현답으로 화답했다.

“그대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오. 장막에서 천리 밖 전쟁을 계획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장량만 못하오.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살피며 군량을 준비해 전방 부대를 지원하는 것은 내가 소하만 못하오. 100만 대군을 이끌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내가 한신만 못하오. 내가 그들을 중용했기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소. 그러나 항우는 범증이 있었으나 그를 제대로 쓰지 못했기에 실패했던 것이오.”

유방은 뛰어난 지략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술전기에 능하거나 기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특출한 용인술(用人術)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듯이 유방은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천하를 얻은 것이다. 유방의 지혜는 현대인들에게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은 자신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교훈을 준다.

모략술의 귀재 제나라 전단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타개하는 데 탁월했다. 전국시대 제나라는 연나라가 주축이 된 연합군에 70여 개 성이 함락당해 멸망위기에 놓였다. 열세 상황을 인식한 전단은 기상천외한 계책으로 소 천여 마리를 전장에 투입한다. 이때 소 뿔에는 칼을 달고, 꼬리에는 기름을 뿌린 갈대 다발을 매달아 불을 붙인 채 적진을 향해 풀어 순식간에 연합군을 섬멸했다. 이 전술을 ‘화우의 진법’이라 한다.

게릴라전의 대가 이광은 한나라의 명장군으로 흉노와의 전쟁에서 빠른 두뇌 회전과 민첩한 행동으로 현대전의 시가지전과 유사한 전술을 구사했다. 이광의 군사 지휘는 간략함으로 더욱 유명하다. 행군을 할 때는 엄격하게 부대를 편성하지 않았다. 군대를 주둔시킬 때는 군사들의 편의를 도와 물과 풀이 많은 곳을 택했다. 이광의 전술은 소규모 부대를 이끌고 대규모 적을 공격할 때 효과적이다.

이에 비해 위청과 곽거병 같은 장수들처럼 대군을 이끄는 전쟁에서는 이광의 전술은 악수가 될 수 있다.이 밖에 완벽한 전투 준비로 적을 제압한 위청, 병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상황에 맞게 전술을 구사한 곽거병, 부하들의 모함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버틴 반초 등은 모두 정확한 현실 인식으로 위기를 돌파한 명장들이다.

위기 없는 인생은 없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위기를 맞는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넘기는 방편을, 안사지란의 영웅 곽자의가 오랑캐 회흘을 자기편으로 만든 것 같은 명장들의 지혜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문의 031-955-1373

< 출처 : 국방일보 김용호, 2009. 2. 5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9-02-05 18:4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