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itary Review - (주)아이엠알코리아　　　　　　　　　　　　　　　　　　　　　　　　　　　　　　　　　　　　　　　　　　　　　　　　　　　

나폴레옹전쟁 <그레고리 프리몬 반즈 지음/플래닛미디어 펴냄>

‘전장의 神’ 나폴레옹 성공과 몰락

19세기 초반 5.2피트의 작은 키를 가진 한 사나이가 유럽을 뒤흔들었다. 코르시카 식민지 출신의 이 프랑스 사나이는 20여 년 동안 전장을 누비며 온 유럽을 전쟁의 파도 속으로 몰아넣었다.

위대한 황제이자 위험한 야심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군사 천재이면서도 제국의 운명을 건 결전에서는 막상 패배했던 이 독특한 인물의 이름이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다.

1805년 12월 2일 아우스터리츠 평원에서 떠오르던 해를 지켜보던 나폴레옹은 총공격 명령을 하달했다. 나폴레옹 전쟁을 통틀어 손꼽히는 이 혈투에서 프랑스군과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은 서로를 난타했다.

먼저 탄약이 바닥난 프랑스군이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그것은 착각. 총검을 꽂은 채 돌격에 나선 프랑스군 앞에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의 전열은 무너져 버렸다. 전세는 팽팽했지만 프랑스군의 전의가 승패를 갈랐던 것. 프랑스군은 프라첸 언덕에서도 과감한 돌격으로 오스트리아군을 몰아냈다. 연이어 주변 일대에서 3개국의 기병이 서로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벌였다.

포병들이 주고받는 엄청난 포화 사이로 벌인 격전 끝에 최후까지 살아남은 것은 프랑스군이었다.얼어붙은 호수 위로 탈출하던 오스트리아군과 러시아군은 프랑스군의 사격으로 얼음이 깨지자 차디찬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남은 병력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자비를 빌며 항복하는 것뿐. 프랑스군이 병력 8500명과 군기 1개를 잃을 동안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연합군은 병력 2만5000명과 군기 45개를 잃었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는 탄식했다. “우리는 거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젖먹이들이다.” 퇴로를 잃은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2세는 서둘러 프랑스에 휴전을 요청했다. 아우스터리츠 전투는 나폴레옹 황제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대표적 전투였다.

나폴레옹의 개인적 천재성과 프랑스 대혁명으로 도입된 징병제, 그리보발이 기초를 닦은 선진적이고 표준화된 야포 체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었던 군사조직이 화학적으로 결합되면서 프랑스는 한동안 무적의 군대로 군림했다.

이 책은 1804년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한 이후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패전으로 완전히 몰락할 때까지의 과정을 전투와 전쟁 위주로 객관적으로 조명한 전쟁사 서적이다. 이 책은 나폴레옹시대에 벌어진 60여 차례에 이르는 수많은 전투와 전쟁을 크게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접근하고 있다.

1부에서는 울름 전투 등 나폴레옹 프랑스 제국의 성장과정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다뤘다. 2부에는 1808~1812년까지 오스트리아와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전투를 설명한다. 1807~1812년 스페인 땅에서 벌어진 전투는 3부에서 설명한다. 나폴레옹의 퇴위와 부활, 그리고 다시 워털루 전투에서 패전하는 과정을 다룬 부분이 4부다.

영국의 군사사 전문출판사인 오스프리 사의 캠페인(Campaign)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출간된 서적인 만큼 이 책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충실한 원색 지도와 본문의 이해를 돕는 삽화는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이 책은 황제 즉위 이전 야전사령관이나 혁명정부 시절의 전투는 다루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말하는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개념은 혁명전쟁(1792~1813) 시대의 전투를 제외한 개념이다. 나폴레옹이라는 개인에 초점을 맞춰 그가 전 생애에 걸쳐 수행했던 전쟁의 흐름을 완전히 따라가기를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프랑스권이 아니라 영미권 저자들이 이 책을 집필했다는 점도 장점이자 단점이다. 꼭 저자의 국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결코 나폴레옹을 일방적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그의 장점과 능력, 한계와 실패까지 그대로 서술한 것은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폴레옹에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나긴 전투사의 궤적을 추적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힘든 일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몇 가지 한계가 있다고 해도 나폴레옹과 그가 수행한 전쟁에 관심 있는 국내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군사 천재’ ‘전장의 신’ ‘불가능에 도전한 영웅’ ‘예술을 사랑한 독재자’ 등 무수한 수식어를 남기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폴레옹에 관한 책은 국내에서도 많이 나와 있지만 전투와 전쟁을 중심으로 서술한 책은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폴레옹 전쟁에 관심이 많아도 이미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세로쓰기 판본의 ‘나폴레옹의 군사전략’과 ‘나폴레옹전역사’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오랜 기다림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9. 8. 20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9-08-20 18:5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