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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함과 항해자의 해군사
생동감 넘치는 전근대 해군·해전의 세계 <전윤재·서상규 지음/군사연구 펴냄>
 ‘근대 이전 바다에서 벌어졌던 해전과 해군들의 이야기를 치밀하지만 부드러운 접근법으로 정리한 책.’
서울대 서양사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전윤재(29), 서상규(34·해군소령·진) 씨가 쓴 ‘전투함과 항해자의 해군사’를 한 문장짜리 서평으로 요약한다면 그렇다.
저자들이 서울대 서양사학과 대학원에서 영국 해군을 주제로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전공자들인 만큼 전근대 해전에 대한 저자들의 기본적인 접근법에는 별로 틈이 없다.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된 원서가 대부분인 60여 권에 달하는 참고자료 목록이 단순한 면피용이나 과시용이 아니라는 점은 본문 한 단락만 읽어봐도 실감할 수 있다.
전근대 해전에서 활약했던 함선과 함재무기에 대한 설명도 친절한 편이다. 함선과 함포에 대한 설명은 분량 자체만으로 보자면 많지 않지만 일반적인 해전사 책에서처럼 설명하다 만 듯한 아쉬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런 류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딱한 문체를 면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인데 설명은 치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세밀한 곳까지 손길을 뻗는 경우가 많아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 준다.
재미있다는 좀 더 일반적인 평가를 버려두고 굳이 부드러운 접근법이라고 평한 것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 자체의 특이성 때문이다. 제목에서 ‘항해자의 해군사’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를 통해 좀 부드럽게 해전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접근하는 저자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단순히 해전과 군함의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군함에 타고 해전을 수행했던 주체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군함의 승조원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했는지, 어떤 것이 고민이었고, 어떤 일이 힘들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데 적지 않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한마디로 역사학계의 유행인 미시사적인 접근법으로 전근대 해군과 해전의 세계를 사람 냄새 펄펄나는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원고 중 일부가 군사 분야 월간지인 ‘밀리터리 리뷰’에 연재됐던 글인 만큼 잡지 스타일의 압축적이고 시각적인 편집을 사용한 것도 장점이다. 컬러사진 하나 없는 라인드로잉 위주의 흑백 그래픽일 망정 본문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굳이 단점을 찾아내자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권의 이야기가 완전히 누락됐다는 점 정도일 것 같다. 이집트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사례를 곁들이기는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전투함과 항해자의 해군사’는 좀 더 정확하게 ‘유럽 전투함과 항해자의 세계사’에 가깝다.
이 책은 이집트에서 시작해 고대 그리스의 3단 노선, 르네상스시대 지중해의 갤리 군선, 대서양시대의 범선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특히 16세기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한 범선시대의 전열함과 프리깃, 병기와 전술, 생활상과 식생활에 책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냈지만 특징 없는 백화점식 나열은 면했다. 다단 노선의 구조, 포가의 형식, 함포의 성능 등 보다 자세한 분석이 필요한 이야기는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평하자면 ‘전투함과 항해자의 해군사’는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근대 해전과 해군에 대한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인터뷰]‘전투함과 항해자의 해군사’ 저자 전윤재·서상규 소령(진)-“독자로서 느꼈던 아쉬움 저자로 나서 풀어내”
‘전투함과 항해자의 해군사’의 저자들은 현재 서울대 서양사학과 대학원에서 나란히 19세기 영국 해군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인 전공자들이다. 고려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한 정통파 사학도인 전윤재 씨와 교수요원으로 선발돼 서울대 대학원에서 위탁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서상규 해군소령(진)은 대학원에서 만난 이후 해군과 해전사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우정을 나눠 오다 책까지 펴게 됐다.
전씨는 “독자 입장에선 흥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도 좀 더 정확하고 최근의 연구 흐름을 반영한 전근대 해군과 해전사 책이 아쉬웠다”며 “그런 독자로서 느꼈던 아쉬움을 저자로 나서 풀어낸 것이 바로 전투함과 항해자의 해군사”라고 이야기했다.앞으로 해군 사관후보생(OCS)으로 입대, 군 내에서 해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한편 보다 심도 있는 해군사 연구를 통해 해군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전씨의 포부다.
18~19세기 영국 해군 기술혁신과 제도 개혁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인 서 소령(진)은 “모든 사물은 과거 역사를 통해 현재와 연결돼 있고 세계 각국 해군도 그 점에선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에 해군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해군 역사서적을 통해 과거의 사례와 교훈을 돌이켜 본다면 앞으로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방향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군에서 부여해준 교육 기회에 보답하고자 일반인들의 해군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서적을 집필하게 됐다”는 서 소령(진)은 “가능하다면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와 저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9. 10. 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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