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독지역에 위치한 드레스덴 군사박물관은 독일-프랑스의 전쟁이 끝난 후 1870년 드레스덴 시에 의해 건립됐다. 건립 당시 작센 주의 무기·장비를 보관하는 병기창이었으나 제1,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획득한 물품을 포함해 약 500년에 걸친 군대 복식과 무기류 등을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하면서 군사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독일군의 역사’를 시대별로 구분·전시하고 있는 군사박물관의 전시 범위는 독일 국가 수립 이전부터 제1, 2차 세계대전까지 독일군이 겪은 전쟁을 다루고 있다. 전시품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독일을 비무장(非武裝)하려는 연합국의 의도에 맞춰 냉전시대의 군사 관련 자료인 무기와 장비·복식류·문서류들과 프랑스와의 관계사를 다룬 자료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독일 통일 이후 군대의 변화와 발전과정, 독일군의 해외 파병사 등도 함께 전시돼 있다.

실내전시장은 14∼19세기실, 1900∼1945년대실, 1945∼1990년대실, 1990∼2000년대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전쟁 당시 전사한 장병들의 활약상과 더불어 파괴된 전투기·장비의 잔해들은 전쟁의 참혹성과 평화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독일 육군의 자존심이라고 할 전차군단의 활약상도 전투지도 위에 전차모형과 더불어 보여주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귀중한 문서들을 전시한 곳에는 책상·의자를 비치, 관람객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독일 통일 전 동·서독군의 내무생활을 비교해 보여주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야외전시장에는 전차·화포를 포함한 많은 장비를 넓지 않은 공간에 전시, 마치 무기 집적소(集積所)처럼 보였다.
군사박물관은 독일연방군 소속으로 관리·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예산을 충분히 지원받지 못해 5년 동안 상설전시실 보완은 물론 기획전 개최에 어려움이 있다고 관계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물관 직원은 75명으로 이중 33%에 해당하는 24명이 학예연구 및 교육분야에 보직돼 전시품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예연구관들은 학위 소지자가 대부분이며 청소년 교육을 위해 학교에 강의를 나가기도 한다.
특히 시대별 전쟁사 연구는 각군 박물관을 통제하는 국방연구소에서 주관하며 편찬업무까지도 담당한다.

군사박물관의 주요 교육 프로그램은 군사사(軍事史)와 독일의 군사제도, 미래 독일군의 역할과 각종 전술의 변화과정,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유보트(U-Boat) 잠수함 체험 교육 등이 있다. 이러한 교육은 과거 독일이 군사대국이었던 자국의 역사를 재인식할 수 있게 함은 물론 국방력의 중요성을 부각해 국민적인 단결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러시아의 전승기념관과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러시아가 승전의 역사를 부각시킨 데 비해 독일은 전쟁의 쓰라림과 패전국으로서 부여받은 세계평화 구축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독일은 세계대전에서 패해 연합국에 대한 엄청난 전비(戰費) 배상으로 국가경제가 위기에 봉착했으나 연차별 경제개발 계획과 온 국민의 근검·절약 정신으로 이를 딛고 라인 강의 기적을 이룬 저력을 가지고 있다. 이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독은 통일을 이루었다.

독일은 분단의 실상과 통일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벽박물관’을 건립, 온 국민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것이 독일을 방문하고 벨기에로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7.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