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itary Review - (주)아이엠알코리아　　　　　　　　　　　　　　　　　　　　　　　　　　　　　　　　　　　　　　　　　　　　　　　　　　　

한글로 된 군사교범의 역사

조선시대 한글 병법책도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한글로 된 군사교범은 있었다.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냈던 최고위급 군인이자 병법 전문가로도 명성이 높았던 최숙이 지은 책으로 추정됐던 진법언해(陳法諺解)가 대표적이다.

이 책의 본문에는 단 한 글자의 한자도 등장하지 않는 완전한 한글 표기 한국어 병법책이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목판본 한 권이 보존될 뿐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본인 진법언해는 내용 또한 충실하다.

진법언해에는 ‘포수(조총수) 도적(적)을 만나 싸울 제 먼저 겁내야 도적이 멀리 있어 철환이 못 미칠 곳에 불을 다 놓아, 화약 철환이 없는 줄을 도적이 알고 몰려오면 할 일이 없어 공연히 다 죽기를 면치 못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조총병들이 겁먹어서 명중시키기 힘든 원거리에서 조총을 마구잡이로 사격하다 탄환이 일찍 떨어지면 대응할 방법이 없어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경고다.

마치 현대 군대에서 사격 군기를 강조할 때 하는 말과 비슷한 내용이 조선시대 한글 표기 병법책에 실려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화약무기 운용법을 담은 화포식언해(1635년 간행)나 화약 제조법을 수록한 신전자초방언해도 한글로 된 군사교범의 대표적 존재다.

책 외에도 조선 후기 군대에서 가장 널리 쓰인 표준 교범인 병학지남의 제1장과 제2장에도 우리말 번역이 한글 표기로 첨부돼 있다.

책의 전체 내용은 한자로 표기된 한문 서적이지만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글 표기로 된 우리말 번역을 첨부해 이해를 도운 것이다.

조선시대 군대용 공식무술 교범인 무예제보 번역속집(1610년 간행), 무예도보통지(1790년 간행)에도 한글 표기 우리말 번역이 같이 포함돼 있다.

대한제국시대의 교범은 국한문 혼용이 원칙이었다. 광복군들이 사용한 교범도 국한문 혼용이란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독립기념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기본전투교련구령표’에는 광복군들이 사용했던 구령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향 우’ ‘좌향 좌’ ‘앞으로 가’ 같은 용어들은 광복군이나 현재 국군이나 구령법이 같다. 하지만 ‘차려’ 같은 한글 표기 고유어 용어 대신에 ‘氣着’(기착) 같은 한자 표기 용어를 쓰는 등 다른 용어들도 있다.

1948년 간행된 육군의 창군 초기 교범인 FM22-5도 국한문을 혼용한 교범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공식 교범에서 한글을 우선한 교범이 발간되기 시작한 것은 1962년 3월 1일 정부가 공문서의 한글 전용을 결정하면서부터다.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9. 10. 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9-10-08 19:3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