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국방비전에도 제시되고 있듯이 우리가 21세기 동북아 중심국가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굳건한 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 군사력 건설 및 준비태세 회복의 비전과 과제들을 현실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목표 및 계획 수립과 함께 적극 실천할 수 있는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참여정부 출범을 계기로 봇물처럼 쏟아지는 갖가지 예산요구의 상황에서는 국방예산을 예산당국과의 ‘협상’으로 해결하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들의 올바른 안보인식과 여론이 형성되고 겉으로 표출되어 이것이 궁극적으로 예산편성에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민이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이 되면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안보보다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오는 경제발전·복지·교육 등에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사전에 예측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혜안과 특단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며, 이와 병행해 국민을 설득하고 홍보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 이와 같은 결단과 아울러 다음과 같은 국방예산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일반부처 예산과 달리 국방예산 및 사업은 전문성이 높기 때문에 예산당국에서 그 필요성·타당성을 심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예산담당 부처에서는 총괄베이스로 국방예산을 할당하고 이를 국방부장관이 재량권을 갖고 배분, 운영토록 함으로써 예산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할당되는 총액 규모는 예를 들면 GDP(국내총생산)대비 일정비율이나 GDP 또는 재정규모 증가율 등을 기준으로 책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증강 사업은 성격상 장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를 위한 예산의 뒷받침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 이러한 사실은 외환위기(IMF) 이후 계획돼 있었거나 이미 집행 중인 사업들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다수가 지연 또는 취소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 결과 전력증강 자체의 지연은 말할 것도 없고 최종적으로 확보, 배치된 무기가 이미 진부화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해당 무기와 부품의 비용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특히 방위력 개선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서는 현재 적용되고 있는 단년도 예산회계제도를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은 다년도 예산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와 아울러 국방비전의 지속적 추진과 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5개년 준고정 계획제도’의 도입과 정부차원의 중기 국방재정 보장방안이 필요하다. 준고정 계획제도는 회계연도에 국회심의를 통해 5개년 중기계획을 확정하고 연도별로 일부 변동사항만 보완, 반영해 국방 재정의 안정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국방개혁은 군 전투력 및 준비태세 강화와 예산절감을 위해 추진하는 장기적 프로젝트다. 개혁에는 불가피하게 고통이 수반된다. 따라서 개혁의 일차적 성공여부는 어떻게 그 고통을 참아내고 끝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가에 달려 있다.

개혁에 따른 고통의 완화와 예상되는 문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일정한 전제조건의 충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예상보다 많은 예산이 미리부터 소요된다.

예를 들어 병력의 감축이나 구조조정,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등을 추진하려고 할 때, 이를 위한 사전준비가 없으면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거나 개혁에 대한 심한 반발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혁적 조치를 위해서는 사전에 적절한 대체전력과 전역군인들의 생활안정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한 투자가 선행되거나 적어도 병행돼야 한다.

결국 국방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정보화 및 과학화 추진, 군 구조의 변화와 우수인력 확보 등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국방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사전에 준비하고 집행하기 위한 적절한 규모의 예산을 사전에 배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산편성의 안정성과 국방부의 자율적 배분권을 보장하는 제도의 도입과 동시에, 이러한 제도들이 초래할지 모를 문제점을 완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평가 및 감사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편성되거나 집행될 우려가 있고,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과 중심의 예산관리를 통해 경제적 군 운영을 도모하고, 합리적 예산소요를 산정할 수 있는 과학적 평가분석체계의 정립도 필수적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7.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