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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8) 전투기는 오직 전진만 한다?

전투기 바퀴 엔진에 동력 직접 전달 안돼

[ 사진설명 ] 혼자서는 후진할 수 없는 전투기의 후진 도우미, 토잉카(Towing car)가 F-4 전투기 앞바퀴를 밀어가며 후진시키고 있다. 이때 반드시 전투기 엔진은 끈 상태여야 한다. 공군본부 제공

항공전력은 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마하의 속도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전투기는 항공전력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최첨단 군사 기술의 결정체인 전투기는 전장의 팔방미인으로 뭐든지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존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마저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바로 ‘후진’과 ‘제자리 돌기’다.

제트엔진의 추진력으로 앞으로만 가는 전투기

전투기가 후진이나 제자리 돌기를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제트엔진과 추력(Thrust)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투기는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이륙해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제트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제트엔진의 작동원리는 엔진 내부로 공기를 빨아들여 연료와 혼합해 연소시키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고압가스와 공기를 엔진 뒤편 노즐로 뿜어내면서 강력한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이것이 바로 추력이다.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일단 앞으로 나가는 힘 정도로만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엔진과 바퀴가 직접 연결돼 엔진의 힘을 바퀴로 전달해 앞뒤로 움직인다. 그러나 전투기의 바퀴는 자동차와 달리 동력이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 즉, 바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 제트 엔진 뒤편으로 뿜어내는 추진력으로 바퀴는 그저 굴러가게 되는 것이다. 제트엔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기에, 전투기는 오직 전진만 하게 된다.

당연히 전투기는 제자리 돌기도 불가능하다. 물론 조금씩 앞으로 나가면서 크게 원을 그리며 돌 수는 있지만, 자동차처럼 회전 반경을 줄여서 360도로 방향을 전환할 수는 없다.

전투기의 후진 도우미 견인차량 ‘토잉카’

자 이제 그림을 그려보자. 임무를 마친 전투기가 멋지게 활주로에 착지, 휴식을 위해 이글루로 향한다. 그러나 이글루 앞에서 전투기는 고민에 빠진다. 후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투기 앞부분이 이글루 안쪽으로 들어가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항공기는 유사시 가장 신속하게 출동해야 하는 전력으로 이와 같은 후면 주기가 아닌 항상 조종석 방향이 격납고 출입문 쪽을 향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글루에 들어가려면 후진을 할 수 없는 전투기가 반드시 후진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전투기의 후진 도우미가 등장한다. 도우미로는 견인차량인 토잉카(Towing car)가 주로 활용된다. 전투기를 이글루에 넣기 위해서 토잉카를 항공기 앞바퀴와 연결한 후, 항공기를 뒤로 밀어가며 후진시킨다. 이때 엔진은 완전히 정지된 상태로 토잉카의 힘으로만 움직인다. 특이한 경우도 있는데, KT-1과 같이 비교적 작고 가벼운 항공기는 사람이 직접 밀어서 후진시킬 수도 있다.

사실 모든 항공기가 자체 후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군의 수송기 CN-235나 C-130은 후진이 가능하다. 제트엔진이 아닌 날개에 달린 터보프롭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후진의 원리는 간단하다. 프로펠러의 블레이드(날) 각도를 조정해 공기를 뒤가 아닌 앞으로 보내면 수송기가 후진하게 된다. 360도 회전도 가능하다. 양쪽 날개 프로펠러 중 한쪽만 회전시키면서 브레이크와 스티어링(조향장치)을 조작하면 수송기가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수송기의 후진 기능이 자주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활주로에 착륙한 직후, 속도를 줄이는 데 사용하는 정도다.

항공기 바퀴 역할…날개 못지않게 중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항공기의 바퀴, 후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항공기는 앞바퀴를 ‘노즈’, 뒷바퀴를 ‘메인’이라고 부른다. 이는 날개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는 데 완충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F-15K 전투기의 무게는 대략 28톤이다. 여기에 각종 무장과 외부 연료탱크까지 더하면 최대 중량은 약 36톤에 이른다. 이렇게 무거운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서 바퀴도 특별해야만 한다.

F-15K의 노즈와 메인은 각각 한 개에 무려 70만 원, 124만 원 정도다. 메인이 더 비싼 이유는 항공기 이착륙 시 더 강한 힘을 받는 바퀴이기 때문이다. 또한 30여 회를 비행하면 메인을 교체해야만 한다.

항공기 바퀴가 비싼 이유는 강한 충격, 고속, 고열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F-15K 메인은 총 14겹의 특수직물 층으로 만들어진다. 제작 기법도 특수하다. 압력을 잘 유지하고 타이어 속의 열이 잘 발산될 수 있도록 타이어와 금속 휠을 직접 조립한 다음 그 사이에 공기를 주입하는 기법으로 제작된다.

또 하나의 숨겨진 사실은 자동차 타이어에는 복잡한 줄무늬가 있지만, 항공기 타이어에는 세로 방향의 줄무늬만 있다는 점이다. 이는 속도와 관련이 있는데, 자동차 타이어는 노면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마찰력을 높여야 하지만, 항공기 바퀴는 단시간에 빠른 속도를 내 이륙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세로 방향의 줄무늬가 필요하다.

< 출처 : 국방일보 김상윤, 2015. 11. 30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