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강점에서 해방을 맞으면서 우리 군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 의무 분야는 1946년 6월14일 최초로 의무국이 창설됐고 이듬해인 47년 5월1일 의무처로 개칭돼 이후 54년 의무사령부 창설의 토대가 됐다.

여단들이 창설되면서 이의 의무 지원을 위해 48년 5월1일 서울 영등포에 제1육군병원 창설을 시작으로 대전·광주·부산 등지에 군 병원이 설립됐고 48년 12월5일 국군조직법에 따라 ‘군의과’가 제정돼 군의·치의·위생·간호 병과로 구성됐다.

한편 의무 장병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 기관이 필요하게 돼 49년 8월9일 인천시 부평에 장교 12명, 병사 97명으로 구성된 육군군의학교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6·25전쟁을 치러 내기에는 우리 군의 치료 시설이 너무나 열악했다. 당시 군에는 다섯 곳의 육군병원과 한 곳의 요양병원이 전부였고 부상자들을 치료할 의료 인력이나 시설·장비 모두 턱없이 부족했다.

50년 6월26일 수도육군병원은 각 지구 전투에서 후송돼 오는 전상자의 수용과 치료를 위해 비상 조치로 서울대병원·적십자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여자의대 부속병원 등을 인수했으나 이후 전세가 더욱 악화돼 수원·천안, 그리고 7월3일 대전과 7월29일 울산에까지 병원을 이동하게 된다.

의무 부대도 부족해서 7월9일 육군군의학교마저 임시 폐교하고 대신 야전의무단을 창설했으며 같은 해 12월까지 예하에 5개의 외과치료반을 편성, 전시 상황에 따라 김천·영천·안동·제천·원주와 강원도 평강, 황해도 육계, 평양 등지를 이동하며 전투 부대를 근접 지원했다. 또 51년 3월20일에는 외과치료반을 증설해 이동외과병원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전쟁은 훨씬 더 많은 의사를 필요로 했다. 전시 의무 장병의 육성을 위해 50년 11월7일 서울 종로의 중앙중학교에 군의학교가 재창설됐지만 전쟁 중에 의무 장교를 정상적으로 양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민간 의사를 긴급히 각 육군병원의 문관으로 채용, 군 의료 업무를 지원토록 하는 한편 부산의 경남여고 건물에 임시 설치된 군의관 후보생 훈련소와 대구에 위치한 제1훈련소 특과장교후보생 교육대를 통해 의무 장교로 임관시켰다.

49년 당시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의 의사 수는 3579명으로 이 가운데 서울에만 2044명이 집중돼 있었고 나머지 1535명도 대부분 대도시에 편중돼 있는 상황이었다. 즉, 1531개의 면 가운데 면허 의사가 없는 면이 840개에 달해 약 700만 명의 국민이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이 와중에 터진 전쟁으로 인해 의사를 만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2000여 명의 의사가 한국군 또는 유엔군으로 긴급 차출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의과대학 4학년생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소위 계급장을 달고 군의관으로 전장에 투입됐다.

우리 군이 군의관을 배출한 지 반세기가 흘렀다. 올해에도 830여 명의 의무사관과 20명의 수의사관이 육군3사관학교·국군군의학교의 교육 기간을 거쳐 장교로 임관한다.

때로는 전방의 오지와 후방 병원에서, 그리고 60년대의 베트남을 거쳐 오늘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서부사하라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의 건강과 위생을 지켜 줄 파수꾼으로서 의무 요원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4. 21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