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필연적으로 많은 사상자를 낳는다. 보다 빨리,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부상자를 안전하게 옮기는 일은 전투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전쟁에 임하는 군인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준다.

나폴레옹 시대 군의관 도미니크 라리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된 앰뷸런스는 프랑스군이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부상자 후송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하늘길까지 열게 했다. 1870년 프로이센 - 프랑스 전쟁에서 프랑스군이 관측용 풍선 기구를 이용해 파리에서 160명의 환자를 후송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신빙성을 두고 논란이 많다.

본격적으로 항공의료 후송이 시작된 것은 라이트 형제에 의해 비행기가 발명된 이후다. 그들의 첫 비행이 있은 7년 뒤인 1910년 두 명의 미 육군 군의관은 날개가 상하로 달린 복엽 비행기를 개조해 최초로 들것 환자를 실을 수 있도록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 항공기의 발달은 항공의료 후송에까지 이어졌다. 1915년 프랑스는 항공기를 이용해 세르비아로부터 부상 군인들을 후송했고, 2년 뒤에는 항공의료 후송 목적으로 특수 제작된 항공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1918년 미 육군 조종사와 군의관은 최고 시속 128km의 미 군용기 커티스 JN-4D 제니(Curtiss JN-4D Jenny)를 개조해 조종사 후방석에 환자 들것이 들어가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은 환자 후송보다 비행기 추락시 구조가 목적이었다.

환자의 장거리 후송에 있어 항공기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받아들여지면서 1920년 미국의 맥쿡 비행장에 있는 의학연구실험소와 비행군의관학교의 지침에 따라 커티스 이글 항공기에 네 개의 들것과 두 개의 환자석이 들어가도록 전환했다. 또 조종사 옆에는 비행 군의관이 탑승토록 해 환자 후송 개념이 실질적으로 적용됐다.

1922년 프랑스군은 여섯 개의 비행대대를 편성해 모로코에서의 리프안 전쟁 동안 2200명 이상의 부상 군인을 후송했다. 1925년 일본은 당시 항공의료 후송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프랑스에 의사 데라쓰를 보내 장비·기술을 배워 오게 했다. 그리고 같은 해 일본 육군본부는 그에게 병원 비행선 설계를 지시해 이후 총 33개의 병원 비행선이 제작됐고 1932년부터 34년까지 만주에서의 작전에 투입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2년 미국은 항공의료 후송에 있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전장에서의 효과적인 환자 후송을 위해 훈련된 간호 장교를 투입키로 한 것이다. 이듬해 최초로 비행 간호 장교가 배출됐고 곧바로 뉴기니·남태평양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도 항공 분야는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항공의료 후송에 있어서는 명암이 엇갈렸다. 항공기가 더 커지고 더 빨라진 반면에 환자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탑승 환자들은 진동이라는 신체적 스트레스와 함께 저산소증과 저기압 환경에 노출돼야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소 운반 장치와 같은 의료 장비들이 사용됐다. 이 기간에 항공의료 후송의 주된 역할은 비교적 안정된 많은 환자를 전쟁 지역에 있는 치료 시설로부터 보다 상위 병원이나 본국으로 옮기는 데 있었다.

이후 발발한 1950년 6·25전쟁은 항공의료 후송 분야에 있어 또 한 번의 전기를 마련해 준다. 환자 후송에 있어 최초로 헬기가 등장한 것이다.

〈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6. 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