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보·보물 중에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것이 세 건이나 된다. 특정 개인과 관련된 문화재가 이처럼 많이 국보·보물로 지정된 경우는 이순신 장군이 유일하다. 우리 역사에서 이순신 장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와 ‘임진장초’ ‘서간첩’은 1959년 1월23일 국보 제76호로 지정됐다.

긴 칼인 장검(長劍), 갓 장식품인 옥로(玉鷺), 관복에 착용하는 허리띠인 요대(腰帶), 복숭아 모양 술잔인 도배(桃盃) 등 이순신 장군이 남긴 각종 유품은 국보에 포함되지 않고 1959년 8월24일 보물 제326호로 별도 지정됐다.

이순신 장군이 명나라 신종(神宗) 황제에게서 받은 선물인 명조(明朝) 팔사품(八賜品·사진)이 보물 제440호로 지정된 것은 1966년 2월4일의 일이다.

팔사품은 도독인·호두령패·귀도·참도·독전기·홍소령기·남소령기·곡나팔 등 여덟 가지 군대용 의장물로 구성돼 있다. 도독인을 제외한 나머지 유물은 각 2개씩이어서 전체 유물의 수는 총 15점이 된다.

도독인(都督印)은 구리 재질로 만든 길이 15.1cm의 대형 도장이다. 이 도독인은 이순신 장군을 명나라의 군 지휘관인 도독으로 임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명나라 도독으로 대우할 만큼 이순신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호두령패(虎頭領牌)는 길이 31.8cm의 팔각형 형태로 생긴 나무 패로 군령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독전기(督戰旗)는 전투를 독려할 때 사용하는 깃발로 ‘군사가 적을 만났을 때 명령에 따르지 않은 자는 처단한다’(凡軍臨敵不用命者處斬)는 문구가 쓰여 있다.

홍소령기(紅小令旗)와 남소령기(藍小令旗)는 가로 62cm, 세로 63cm 크기의 깃발로 역시 군대의 명령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의장물이다. 곡나팔(曲喇叭)은 구리로 만든 나팔로 목이 구부러진 모습이어서 곡나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귀도(鬼刀)는 길이 137.9cm의 의장용 칼이다. 칼자루에 용의 머리를 새기고 그 위에는 귀신의 머리를 조각하고 붉은색을 칠한 것이 특징이다. 참도(斬刀)는 길이 180cm의 칼로 칼자루는 상어껍질로 싸고 칼집은 은도금한 쇠로 장식돼 있다.

이 유물들은 조선 후기 수군의 본영인 통제영에 300여 년 동안 보관돼 오면서 수군통제사의 역사와 권위를 상징하는 의장물로 대접받아 왔다. 하지만 고종 32년(1895년) 통제영이 해체되면서 팔사품은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경남 통영 충렬사에 봉안됐다.

1969년 충남 아산 현충사로 일시적으로 옮겨졌으나 통영 주민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다시 충렬사로 이관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팔사품 진품은 충렬사에 소장돼 있으며 현충사 유물관에 전시된 팔사품은 모조품이다.

팔사품은 명의 황제가 노량 해전에서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공을 기려 사후에 장군에게 보낸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생전에 직접 사용한 유물은 아니지만 명나라 측에서 장군을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 보여 주는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된 것이다.

팔사품은 명나라 후기 군대에서 사용하던 각종 군기·의장용품·무기류를 총망라하고 있는 하나의 컬렉션이라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적지 않다. 중국에서도 근대 이전에 사용한 군기는 실물 유물이 흔치 않으며 도검의 경우 황제가 하사했을 정도로 최상위급 유물은 그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6. 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