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뉴스를 통해 울릉도 등 섬 지역에서 응급 환자가 군 헬기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반세기 전 항공의료에 있어 헬기의 등장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1945년 1월 당시 버마(미얀마)에 있던 부상 미군의 구출을 위해 잠시 헬기가 동원됐지만 실제 전장에서 헬기가 환자 후송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시작한 곳은 1950년 한반도에서다.

6·25전쟁 때 전상자들은 헬기로 전투지에서 곧바로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치료 시설로 후송됐다. 이 기간 2만 명 이상의 부상 군인이 벨 - 47(Bell - 47)과 시코르스키 S - 51(Sikorsky S - 51) 헬기에 부착한 들것에 실려 공수됐다. 이를 통해 전투원들의 사기는 한껏 고조됐지만 대개는 의무 요원이 헬기에 탑승하지 않는 등 아직 이 후송법에는 미숙한 점이 많았다.

따라서 소생 후 고난도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고정익 항공기로 후송됐다. 부상 군인들은 전투 수송기로 남한의 비행장이나 일본으로 후송됐고 일본에 도착한 환자들은 미 공군 후송 체계(MATS)에 의해 미국 본토로 다시 공수됐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전쟁이 끝날 때까지 31만 명이 넘는 환자가 전투 수송기에 몸을 실어 전장에서 벗어났고 이 중 4만3000명 이상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환자 후송 체계는 큰 성공을 거둬 미군은 이 시스템을 오늘날까지 채택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6·25전쟁에서의 항공의료 수송 교리를 보다 발전시킨 시기였다. 성년을 맞게 된 헬기를 이용한 환자 후송은 아예 ‘더스트 오프’(dust - off)라는 군사 용어가 돼 버렸다. 부상을 입으면 전투원들은 20분 이내에 헬기를 통해 수술이 가능한 치료 시설로 옮겨졌다. 베트남 전쟁 동안 항공의료 후송으로 80만 명의 환자가 공수됐다.

군에서의 성공적인 항공의료 후송은 민간 의료에도 퍼져 나갔다. 1972년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의 성 안토니 병원은 민간 최초로 헬기 항공의료 후송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후 이와 같은 민간 프로그램은 꾸준히 증가해 오늘날 160개가 넘어섰다.

걸프 전쟁(1990∼91년) 기간 중 ‘사막의 방패’ 작전과 ‘사막의 폭풍’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총 1950명의 항공의료 후송 요원이 투입됐다. 항공의료 후송팀은 매일 3600명의 전상자를 전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인접 국가로 후송했고 매일 2500명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럽으로 공수했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베트남 전쟁에서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의료 후송팀에 비행 간호 장교를 항상 배치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서방 국가 군대에서는 전상자의 항공의료 수송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의 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전상자의 치료에도 변화가 모색된다. 소규모 작전의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전방 개념의 치료 시설은 규모가 줄어드는 반면 환자의 소생 처치를 위해 장거리를 후송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군과 호주군은 민간 항공의료 후송을 능가하는 후송 시스템의 개발과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미래의 항공의료 후송은 어떠할까. 헬기와 비행기의 장점을 두루 갖춘, 즉 헬기처럼 이착륙하고 이륙 후에는 프로펠러가 앞쪽으로 이동,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는 틸트로터(tiltrotor) 항공기의 활용이 점쳐진다. 또 원격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지상에 있는 의사가 항공기 내 환자를 진찰·처방하는 시대도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6. 9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