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5년 영국인 의사 리처드 로워는 영국왕립학회 월례 회의 회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의 피를 다른 개에게 직접 수혈하는 실험에 성공한다.

그리고 2년 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의 장 드니는 고열로 고생하던 15세 소년에게 동물 피 250 mL 가량을 수혈한다.

비록 수혈 부위에 열이 나는 등 부작용이 생겼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드니는 이듬해 다시 다른 환자에게 양의 피를 수혈했는데 이 환자는 심한 수혈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하고 만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정부는 사람에 대한 수혈을 금지했고 이때부터 150년간 수혈의학은 암흑기에 접어든다.

안전한 수혈의 길을 연 것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 카를 란트슈타이너다. 그는 1901년 인간의 혈액을 응집하는 성질에 따라 A·B·AB·O형으로 나눴다. 혈액형 연구의 공로로 그는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1940년에는 다른 학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Rh 혈액형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실험실에서 피펫을 손에 쥔 채 쓰러져 이틀 뒤인 1943년 6월24일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1925년 일본의 육·해군에서는 혈액형으로 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군인들을 혈액형별로 나눠 비교·분석해 봤지만 아무런 상관 관계도 얻지 못했다.

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고 국민들이 팔을 걷고 나선 사례가 있다. 1941년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습하자 자극을 받은 미국 국민들은 너도나도 헌혈의 행렬에 나선다. 그해 11월 헌혈자 수가 매주 1200명이더니 한 달 뒤에는 4600명으로 불어났고 1943년 9월까지 매주 10만 명이 헌혈에 동참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있은 직후 거리는 헌혈자들로 넘쳐났으며 연일 헌혈 신청자의 전화가 쇄도했다. 그 주만 해도 12만3284 파인트의 혈액이 모아졌고 헌혈 예약만도 수천 건이 밀릴 정도였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미군은 미 본토에서 헌혈된 혈액을 공수해 와 전상자에게 수혈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수혈이 보편화됐다. 전쟁 기간 미군을 통해 수혈의 효과를 터득한 한국 군의관들은 수혈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1952년 혈액은행에 해당하는 혈액고를 국내 최초로 해군에 설치한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 수혈의학은 군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6월14일은 올해로 두 번째 맞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헌혈 운동에 앞장서 온 대표적 국제 기구인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헌혈자조직연맹(IFBDO), 국제수혈학회(ISBT)가 혈액형을 발견한 카를 란트슈타이너의 생일을 기념해 제정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은 국내 혈액 공급 사정은 어둡다. 올 5월 말 현재 국내 헌혈자 수는 92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만여 명이 줄어들었다. 이 추세로 가다가는 올 한 해 국내 헌혈자 수가 10년 전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헌혈에서 학생 또는 군인과 같은 단체 헌혈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3%에 이른다. 우리 군은 헌혈 릴레이 등을 통해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해 오고 있다. 나머지 37%에 해당하는 개인 헌혈자 수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6. 2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