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산업 혁명을 계기로 화학·금속공학과 기계공학이 발전하면서 소총도 일대 전기를 맞았다. 뇌산염이 합성되고 뇌관식 격발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 총기 기술 발전을 집대성한 것은 1828년 니콜라우스 폰 드라이제(Nikolaus von Dreyse)가 만든 드라이제 후장식 소총이라 할 수 있다.

드라이제 후장식 소총은 종래의 전장식 총처럼 탄환을 총구에 넣고 약실에 화약을 넣은 뒤 격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총신 후미의 약실에 종이로 싸인 총탄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드라이제 소총의 총탄은 기름 먹인 종이로 싸여 있으며 맨 앞에는 탄자가, 그 뒤로 풀민산수은이 채워진 뇌관이, 맨 뒤쪽에는 장약이 들어 있는 구조다. 사수가 총탄을 장전하고 노리쇠를 닫은 뒤 방아쇠를 당기면 바늘같이 뾰족하고 긴 공이가 종이 약협을 뚫고 뇌관을 격발시켜 탄자를 발사한다. 이 긴 공이 때문에 ‘니들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드라이제 소총은 이전의 전장식 소총에 비해 최소한 다섯 배 빠르게 탄환을 쏠 수 있었고 재장전도 쉬웠다. 하지만 드라이제 소총에도 단점이 있었다. 가공 기술상의 문제로 몇 번 쏘고 나면 개스가 새어 나와 소총수의 얼굴에 화상을 입힐 수 있었다.

1836년 프로이센은 드라이제 소총을 과감히 자국 군대에 채용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 각국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판매되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1866년 7월3일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군 사이에 벌어진 쾨니히그레츠 전투는 드라이제 소총의 위력을 보여 준 하나의 획기적 사건이 됐다.

당시 전투에 임한 오스트리아군은 강력한 포대를 갖고 있었지만 보병들은 여전히 느리고 불편하며 재장전이 위험한 로렌츠(Lorenz) 전장식 소총을 장비하고 있었다. 발사 속도가 분당 1발로 느린 데다 소총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방어 전투에서도 백병전에 의존해야 했다.

이에 반해 프로이센군은 포병 전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보병들은 드라이제 라이플로 무장했다.

전투가 시작되자 오스트리아군 장교들은 기병도를 빼들고 전진했으며 보병들은 총도 쏘지 않고 오직 총검에만 의존한 채 백병전을 위해 돌격했다. 반면 프로이센 보병들은 낮은 장애물 뒤에 몸을 숨긴 채 엎드리거나 앉아서 안정된 자세로 빠르게 사격하며 오스트리아군의 전진을 막았다.

그 결과 오스트리아군 병사들은 프로이센군의 50m 전방에도 접근하지 못한 채 궤멸했다.

반대로 성공리에 방어 작전을 펼친 프로이센 보병들은 공격시 적의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근접, 신속히 사격함으로써 일방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전투가 끝난 뒤 프로이센군의 사망자는 9000명 정도였지만 오스트리아군은 약 다섯 배인 4만4000명에 달했다. 이 전투로 인해 양국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스트리아는 이후 독일 통일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패배의 참혹한 결과였다.

이때부터 유럽 각국은 앞다퉈 후장식 소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드라이제 니들건이라는 신무기 하나가 19세기 유럽의 전장 흐름을 바꾼 것이다.

〈우보형 전사연구가〉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7. 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