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포전양승첩지도(唐浦前洋勝捷之圖·사진)는 1604년 6월4일 경상도 통영의 당포 앞바다를 침범한 일본 무장 상선을 나포한 사건을 담은 기록화다.

이 전투는 조선인들이 생전 처음 보는 특이한 형태의 검고 큰 배(黑色大船)가 당포 해안으로 접근하면서 시작됐다. 통영은 조선 수군의 사령부 격인 통제영이 위치했던 곳이다. 요충지에 정체 불명의 선박이 출현했으므로 조선 수군에 비상이 걸리고 판옥선이 줄줄이 출동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조항 첨사가 탄 판옥선이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 흑색대선의 선원들에게 국적을 밝히고 배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흑색대선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조총 사격으로 대항해 왔다.

결국 조선 수군은 흑색대선을 포위한 상태에서 활과 총통으로 일제 공격을 퍼부었다. 단 1척의 배였지만 싸움은 쉽지 않았다. 흑색대선은 서양식 대양 항해용 범선에 가까운 배로 조선 수군의 판옥선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24시간 이상 지속된 전투 끝에 조선군은 흑색대선 갑판에 올라 저항하는 사람들을 강제로 진압, 항복하는 자는 생포했다.

흑색대선 생존자들이 털어놓은 배의 정체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 배는 일본의 쇼군(將軍)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명령에 따라 캄보디아와 교역 관계를 체결하기 위해 파견된 무역 사절선으로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무장 상선의 일종이었다. 이들은 도쿠가와가 지급한 은 500냥을 가지고 캄보디아에서 상아·코뿔소 뿔 등을 사서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귀환하던 중 폭풍으로 조선 해안에 표류해 온 것이다. 흑색대선에는 무역을 중계한 선주 황정(黃廷)을 비롯한 중국인, 일본인, 포르투칼 상인 주앙 멘데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 사람이 타고 있었다.

조선 당국의 심문 결과 중국인들은 조선 수군의 정선 명령에 응하려 했으나 일본인들이 반대해 중국인 선원을 살해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 수군이 일본인들을 살려 두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고 겁먹었기 때문이다. 조선 조정은 배의 선주가 중국인인 점을 고려,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생존자를 중국으로 강제 송환했다. 중국 조정은 적국인 일본의 교역에 종사한 선박을 나포한 조선의 대응이 타당했다고 인정, 조선 수군 통제사에게 은 20냥을 상금으로 지급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당포전양승첩은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대단한 승리는 아니었으나 영해를 침범한 외국 선박에 신속히 대응 조치를 취한 조선 수군의 작전 준비 태세를 잘 보여 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일본·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16세기 동아시아 국제 교류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더한다.

당포전양승첩지도는 전남 유형 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된 함평 노씨 문중 소장본과 전남 유형 문화재 제147호로 지정된 국립광주박물관 소장본 등 두 점이 전해 오고 있다. 두 그림에는 흑색대선을 향해 돌격하는 조선 수군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이 그림이 최초로 그려진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판옥선이 묘사된 그림 중 연대가 가장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조선 수군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도 유용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7. 1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