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 완제기 제작업체-한국항공우주산업(KAI)


2002년 8월20일 오후 4시20분. 공군의 사천 기지 상공에서는 한국 항공 산업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한참 동안 하늘을 날던 정체 불명의 항공기 한 대가 활주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사뿐히 내려앉아 계류장에 멈춰 섰고 이내 캐노피가 열리며 만면에 미소를 띤 조종사가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며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국산 항공기 사상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 T-50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것이다.

이후 2003년 2월, T-50이 드디어 초음속 돌파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두 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 국가가 됐다. 그리고 현재까지 2년 9개월간에 걸쳐 4대의 시제기를 가지고 1000회의 비행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올해 9월 말 T-50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10월에는 양산 1호기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공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국내 항공 역사에 커다란 사건으로 기록될 이 모든 쾌거의 중심에 있는 업체가 바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다.

KAI는 독자적으로 최첨단 항공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작업체로서 핵심 방위 산업이자 미래 첨단 산업인 항공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항공 산업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1999년 10월 대우중공업·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 등 기존 3사 항공우주 산업 부문의 역량을 결집해 설립된 회사다.

KAI는 설립 이후 집중된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음속 항공기 T-50 개발에 성공했으며 최초의 독자 개발 항공기 KT-1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함으로써 대한민국을 항공기 수출국 대열에 올려놓았다.

또 설립 1년 만에 무인항공기(UAV) 개발 성공, KFP(한국형 전투기 사업) 2차 사업, 민수 헬기·소형 정찰 헬기 양산, 민간용 항공기 기체 수출, 위성 사업 등을 비롯해 국가적 차원의 주요 신규 사업인 해상초계기 2차 사업과 국제 공동 개발 사업인 429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형 헬기 개발 사업(KHP)의 기체 개발과 체계 종합업체로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최초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의 항공기 개발 인력과 이를 위한 인프라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었다. 따라서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공동 개발 파트너인 미국 록히드사의 엔지니어로부터 설계 기술을 전수받으면서 한편으로 T-50 개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더욱이 T-50 항공기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97년 말, 외환 위기(IMF) 사태를 맞아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이러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T-50 사업을 위해 국방부를 비롯한 공군의 철저한 사업 관리와 KAI의 개발 역량 집중으로 시제 항공기를 무려 3개월이나 앞당겨 생산해 내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74년 최초의 국산 포니 자동차가 온 국민의 열정적인 성원 속에 등장한 것과 달리 T-50의 초도 비행을 주목한 언론이나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항공 산업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높은 외국의 언론이 T-50의 초도 비행을 대대적으로 다룰 정도로 항공 산업에 대한 국내 이해도는 낮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2003년 드디어 T-50이 고도 4만 피트(약 1만2000m) 상공에서 마하 1.05(초속 360m)의 속도로 비행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T-50 초음속 항공기 개발 기술이 대한민국 10대 신기술 1위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으며 연구개발 부문 우수 방산업체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됐다.

항공기 한 대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는 자동차의 10배에 가까운 20만 개에 달하고 항공기 소재와 부품, 장착되는 항공전자 장비뿐만 아니라 설계·제작·테스트 등 제작의 모든 과정에서 동시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이렇듯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항공우주산업은 국가 방위력과 국제 사회 영향력을 위한 전략 사업일 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 고도화를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항공기를 개발·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한 국가의 국력과 경쟁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라 일컬어지고 국가가 항공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까지 KAI가 이룩한 성과는 국익에도 커다란 기대를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민간 항공기와 전투기의 수주전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우주·항공 업계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제46회 파리 에어쇼가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파리 북부 부르제 공항에서 개막됐다. 보잉·에어버스·록히드 마틴 등 세계 굴지의 항공사들을 포함한 41개국 1900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 KAI가 개발한 기본훈련기 KT-1과 함께 T-50이 선보여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이번 행사에서 누구보다 강한 열정으로 유럽·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수출 상담을 펼친 정해주 KAI 사장은 “그리스·아랍에미리트 등이 T-50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럽으로의 사업 영역 확대에 대해 자신에 찬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 T-50항공기란?

T-50은 1980년대부터 제기된 T-38·TF-5B 등 노후 훈련기 대체 기종의 필요성에 따라 2005년 전력화를 목표로 97년부터 공군의 사업 관리 하에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가 공동 개발, 양산을 추진하고 있는 초음속 항공기로서 F-16·F-15·라팔·F-22·JSF 등 전 세계 최고 성능을 지닌 차세대 전투기의 조종 훈련을 위해 설계된 고등훈련기 겸 경공격기다.

F-16 수준의 기동 성능과 F-4(팬텀) 수준의 무장 성능을 갖추고 있는 T-50 고등훈련기의 별칭은 ‘골든 이글’(Golden Eagle)이다.골든 이글은 독수리과 조류 중에서 유일하게 사냥을 통해 살아 있는 먹이를 잡는 맹금류로 황금색 목털을 지니고 있어 그와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골든 이글의 날쌔고 용맹한 이미지가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T-50에 적합, 항공기 별칭으로 붙여졌다

▲ 제원
길이 : 13.14m
너비 : 9.17m
높이 : 4.91m
최대 이륙 중량 : 1만2000kg
실용 상승 고도 : 1만4630m
최대 속도 : 마하 1.4

※아음속 : 음속 근처의 속도
초음속 : 음속보다 빠른 속도
음속 : 1224km/h=마하 1

〈 대위 하충수 국군정보사령부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7. 1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