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S 드레드노트(사진)는 진정한 의미에서 현대식 전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군함이다. 이 배는 완전한 거포함으로 종래 전함의 두 배에 달하는 강력한 화력과 빠른 속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드레드노트 출현 이후 전함을 프레-드레드노트급·드레드노트급·슈퍼드레드노트급으로 나눴을 정도로 드레드노트는 전함 설계상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드레드노트의 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이탈리아 해군 함정 설계가 빅토리아 쿠니 베르티가 1903년판 제인스 군함 연감에 쓴 ‘신형 군함’이라는 기사다.

이 글에서 쿠니 베르티는 “기존의 어떤 함정보다 빠르고, 적의 모든 소구경 부포(副砲)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방호되며, 12인치 대구경 주포(主砲) 12문만으로 무장한 적절한 크기의 함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일전쟁 당시 쓰시마(對馬) 해전의 결과는 이 주장을 더욱 뒷받침했다. 당시에는 모든 소구경포를 사격할 수 있는 3000~5000피트 사이에서 해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1만9000피트부터 포격을 시작, 1만3000~1만4000피트에서 명중탄을 기록했다. 해전에서 소구경포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것.

1904년 12월 영국의 해군참모총장 존 아르부스노트 피셔 경은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설계위원회를 만들어 HMS 드레드노트를 설계했다. 1905년 건조를 시작, 1906년 진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같은 해 10월3일 시운전을 시작했다.

완성된 HMS 드레드노트는 전장 160.3m, 전폭 25m에 기준 배수량 1만8100톤, 만재 배수량은 2만1845톤에 달하는 거대한 군함이었다. 무장은 부포를 모두 폐기하고 12인치 대구경 연장포 5기를 탑재했으며 대(對) 어뢰정 방어용으로 3인치포 10문을 설치했다. 이로써 고작 4문의 주포를 장비한 당시의 다른 전함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주포 화력을 달성하면서 세계 각국에 큰 충격을 줬다. 방어력 면에서도 8인치포의 포격을 견딜 수 있는 11인치 장갑을 장비했다.

또 추진 기관으로 당시 겨우 실용화 단계에 도달했던 증기 터빈을 과감히 채용, 속력도 20노트의 벽을 뚫고 최고 21노트에 이르렀다. 이것은 당시 다른 전함에 비해 주포 화력에서 두 배에 달하면서도 기존 전함 속도를 뛰어넘어 순양함급 속도를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압도적인 성능은 세계 각국에 큰 충격을 줬다. 한순간에 기존 전함을 구식으로 만든 것이다. 이후 각국은 앞 다퉈 드레드노트급 혹은 슈퍼드레드노트급 전함의 건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영국은 드레드노트의 성능을 더 향상시킨 신형 전함을 계속 건조, 건함 경쟁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했다. 1909년에 시공된 HMS 넵튠(Neptune)급은 현측에도 주포를 배치한 기존의 드레드노트와 달리 모든 주포를 중앙선에 배열한 슈퍼파이어링 방식 포대를 도입했다.

또 1910년에는 주포의 구경이 12인치에서 13.5인치로 커진 HMS 오리온급이 건조됐다. 이러한 대함 거포주의 하에 건조된 드레드노트급 전함들은 한때 해군력 비교의 지표로 사용됐다. 당시에는 드레드노트급 군함의 개발은 해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8. 15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