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새선은도(北塞宣恩圖·사진)는 문·무과 과거 장면을 그린 기록화다. 1664년(현종 5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함경도 길주(吉州)·함흥(咸興)에서 임시로 실시된 별시 문·무과 과거 장면을 담고 있다.

문과시험을 주제로 그려진 그림은 흔하지만 무과시험 장면을 담은 그림은 희귀한 편이다. 더구나 북새선은도는 무과시험장 주변에 휘날리는 군기와 천막들, 활 쏘는 모습, 표적의 모양 등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어 역사적 자료 가치가 특별히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조선 시대에 무관(武官)이 되기 위해서는 무과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무과는 3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식년무과와 비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별시무과가 있었다. 북새선은도가 묘사하는 장면은 별시무과시험에 해당한다.

조선 시대 무과시험에서 치러진 무예시험 종목은 크게 활쏘기와 말타기로 구분됐다. 조선 시대에 무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은 활을 잘 쏘고 말을 잘 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활쏘기는 목전·철전·편전 등의 종목으로 나눠 활의 명중률과 사거리로 우수자를 선발했다. 말타기는 말 타고 활을 쏘는 기사(騎射)와 창을 다루는 기창(騎槍), 그리고 폴로와 유사한 스포츠 경기로 운동신경을 파악하는 격구 등 세 종목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시험 과목 중에서도 기사는 말타기와 활쏘기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더 중요한 시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에는 기사 대신 기추(騎芻)가 시험 종목에 들어갔다. 기추는 말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는 기사와 동일하지만 표적이 사람 모양의 허수아비라는 점이 다르다.

북새선은도를 보면 무과시험 응시자가 허수아비를 향해 활을 쏘는 기추 장면이 묘사돼 있다. 기사나 기추의 사격 방식은 독특하다.

기사·기추는 활 쏘는 사람의 정면에 표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좌우 2열로 5개씩 총 10개의 표적이 놓여 있다. 좌우 2열로 배치된 표적 사이를 말 타고 달리면서 좌우 방향으로 전환, 연속적으로 활을 쏘게 돼 있다.

기사·기추에서 사람과 표적 사이의 거리는 5보(1보는 1.2m), 각 표적 사이의 거리는 35보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활쏘기의 표적이 80보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사·기추의 사거리는 상당히 짧다. 말의 움직임 때문에 정밀도가 떨어지므로 말 위에서 활을 쏠때는 근거리에서 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북새선은도를 그린 사람은 조선 중기의 궁중 화가이자 도화서 교수인 한시각(韓時覺·1621~?)이다. 한시각은 도화서(圖畵署) 교수를 지냈으며 1655년(효종 6년) 조선통신사 공식 수행 화가로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던 당대의 일류 화가다.

조선 시대의 기록화는 대부분 작가나 제작 연도가 불확실하며 그림의 회화적 수준도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북새선은도는 당대의 일류 화가가 그렸고 그림 자체의 예술적 품격도 높다는 점에서 가치를 더한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8. 1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