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어 차량으로 빽빽한 영동고속도로를 서울에서 2시간여 달려 도착한 곳은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오산리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신갈기점 45㎞지점 여주휴게소 내에 위치한 그리스 참전기념비.

넓게 펼쳐진 잔디밭은 차량들로 가득한 휴게소 주차장과 대비를 이루며 지나는 이로 하여금 잠시 여유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고 깔끔하게 정비된 기념비 주변은 동해안으로 향하는 가족단위 휴가객들의 좋은 휴식공간이 되고 있었다.
간간이 잔디밭에서 식사를 즐기는 가족단위 여행객을 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던 최창규(38)씨는 “휴가를 맞아 친지들과 고향인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던 중 식사를 하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지만 구내가 너무 복잡해 한적한 공간을 찾아 이곳에 왔다”며 “여행 중 우연찮게 들르게 된 참전비를 통해 아이들에게 평화와 안보를 생각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참전비 주변을 관리하고 있는 여주(하)휴게소 관계자는 “요즘 같은 휴가철이면 하루 최대 7만여 명이 휴게소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이기는 하지만 참전비를 찾아 자유수호를 위해 피 흘린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사람도 보인다”고 전했다.

또 “기념비 주변을 늘 청결하고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매일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 민·관·군이 함께 기념비 주변지역 정화활동을 펼치기로 인근 군부대와 여주군청 관계자 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념비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여주군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매년 6월 그리스 참전용사·대사관 관계자·재향군인회 및 군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념식을 갖고 있다”며 “기념비 주변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공공근로 사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4년 7월20일 착공, 같은해 10월3일 완공한 그리스 참전 기념비는 500여 평의 대지 위에 총 높이 8.7m의 그리스 고대 유적을 본떠 세운 조형물이다. “행복은 자유 속에 있고 자유는 용기 속에 깃든다는 신념을 가진 그리스의 용사들! 정의를 위해 몸바친 741명의 고귀한 생명 위에 영광이 있으라.”

기념비에 국어와 영어, 그리스어로 새긴 비문이다. 비문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기념비는 6·25전쟁 당시 자유수호를 위해 귀중한 생명을 바친 그리스 참전용사의 공훈과 전사한 장병들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1950년 12월9일 참전한 그리스는 381고지 전투, 노리고지 전투, 북정령 전투 등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그리스는 1950년 7월 유엔의 참전요청을 받아들여 여섯 대의 C-47수송기와 3800명으로 편성된 1개 보병여단의 파병을 결정했으나 이후 미군과의 협의과정에서 1개 대대 규모로 축소 파병했다.

미국 수송선 편으로 12월9일 부산에 도착한 그리스 군은 미 제1기병사단에 배속 1951년 2월24일 경기도 이천으로 이동해 이천-곤지암-경안리를 목표로 첫 공격을 개시했다. 그리스군은 이 전투에서 사망 4명 등 첫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381고지·307고지·258고지 등을 점령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부대는 코만도 작전에 참가해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313고지를 확보하는 전공을 세웠으며 1952년에는 임진강 서쪽으로 이동, 켈리고지·노리고지·베티고지에서 중공군을 격퇴했다. 또한 거제도 포로수용소 경비를 맞기도 했으며 정전이 임박해서는 휴전선 확정에 영향을 미치는 420고지에서 적 500여 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리며 전쟁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편 그리스는 6·25전쟁에서 1만581명이 참전해 전사 188명, 부상 459명 등의 희생이 있었으며 정전 후 공군은 1955년 5월, 지상군은 12월에 철수했다. 영동고속도로 상에 위치한 그리스군 참전비는 50여년 전 이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몸바친 고귀한 희생을 통해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다시 한번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 그리스군 참전일지

▲ 1950년 6월29일 그리스의회 한국전쟁 파한 결정
▲ 50년~55년 3월26일 함남 흥남 하갈 아군 전·사상자 후송 및 공군기지 간 보급물자 수송임무 수행
▲ 50년 12월9일 지상군 부산 도착
▲ 51년 1월29~10월6일 이천 지암리·용두리·철원지구 전투
▲ 52년 3월2~9월 30일 임진강지구 전투
▲ 52년 7월27~55년 12월10일 유엔군 방어작전지역(김화) 경계임무 수행
▲ 55년 12월11일 개선 귀국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7.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