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옥선(板屋船)은 조선 시대 주력 군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거북선의 명성에 가려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이 크게 활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판옥선을 보조하는 돌격선 역할이었을 뿐 해전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임진왜란 해전의 주력 군함은 엄연히 판옥선이라고 할 수 있다.

판옥선은 16세기 중엽 명종(1534~1567) 재위 시절 처음 개발된 배로 전선(戰船)·투함(鬪艦)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판옥선은 조선 시대 군함 중 가장 큰 배이며 갑판을 2층 구조로 제작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하부 갑판에는 노꾼이 안전하게 노를 저을 수 있으며 상부 갑판에는 활을 쏘는 사부 등 전투 요원이 자리잡도록 했다.

조선군은 활쏘기에는 능했으나 창이나 칼을 사용하는 근접 전투에는 약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적이 아군 배에 뛰어오르지 못하도록 갑판을 더 높이자’는 발상에서 나온 배가 바로 판옥선이다.

갑판 높이가 높으면 적을 내려다보고 싸울 수 있으며 화약 무기 운용에도 유리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서양에서 군함으로 사용한 카략이나 갈레온이 일반 상선에 비해 갑판 높이가 높았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거북선을 복원하는 데 가장 중요한 그림 자료가 ‘이충무공전서’에 실린 귀선도설(龜船圖說)이라면 판옥선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그림 자료는 각선도본(各船圖本)이다. 각선도본이 없었다면 판옥선을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다.

각선도본은 판옥선, 소형 군함인 병선(兵船), 관용 운반선인 조선(漕船)과 북조선(北漕船) 등 조선 시대 선박 그림 6개로 구성된 그림책이다. 그림마다 선체 각 부분의 치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판옥선의 경우 상부 갑판을 제거했을 때의 모습을 별도의 그림으로 남기고 있어 그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각선도본은 설계도라기보다 개념도 수준의 그림이지만 이런 성격의 자료로는 유일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우리나라 전통 선박 연구의 일인자였던 고(故) 김재근 서울대 조선공학과 교수는 생전에 “각선도본은 임진왜란 당시의 판옥선뿐만 아니라 거북선 등 조선 시대 주요 군선들의 모습을 풀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희귀 사료”라고 평한 바 있다.

조선 시대 선박의 구조적 특성을 연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진귀한 사료가 바로 각선도본이라는 것이다.

각선도본이 그려진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학자들은 정조(1752~1800) 재위 기간 중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각선도본은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2점이 소장돼 있다. 형태는 조금 달라 하나는 가로 160㎝, 세로170㎝ 크기의 대형 장지(壯紙) 한 장에 배 그림 여섯 개가 그려져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가로 32.2㎝, 세로 20.8㎝ 크기의 책에 여섯 장의 배 그림이 제본돼 있다.

학자들은 그림의 정밀도나 본문의 오탈자 수준으로 볼 때 큰 그림 한 장에 그려진 것이 원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8. 2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