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의 끝이 보이지 않던 1918년, 독일군의 각오는 비장했다. 참호전의 팽팽한 대치 속에 전력은 극도로 피폐해져 갔고 미국의 참전은 임박했다.

막대한 병력과 물자를 지닌 미군이 도착하기 전에 영·불 연합군을 꺾지 못한다면 비참한 패배만이 기다릴 뿐이었다.

타넨베르크 전투에서 명성을 떨친 루덴도르프(1865~1937) 참모차장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독일군을 과거와는 다른 유연한 기동군으로 변모시키고 있었다. 전통적인 임무형 전술 체계에 따라 하위 제대 지휘관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공용 화기와 포병을 공격적으로 운영, 다양한 제대의 지원 요청에 즉응할 수 있도록 지휘 체계를 개편했다.

루덴도르프가 세운 1918년 춘계 공세, 미하엘 작전은 아라 남쪽에 정예 47개 공격형 사단을 2·17·18군의 3개 야전군으로 편성해 아미앵 방향으로 진격, 프랑스군과 영국군을 분단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과감한 돌파 작전을 위해 독일군은 전술과 전력 집중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전선에 배치된 영국군 26개 사단을 압도하는 병력과 6600문의 야포, 돌격대(Stosstrupp)를 활용한 돌파 전술이 준비됐다.

3월21일, 네 시간에 걸친 맹렬한 준비 포격과 함께 개시된 전례 없는 독일군의 공세는 영국군 전선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후티어가 지휘하는 18군은 가장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브루크뮐러 대령이 조직한 정교한 화력 지원 계획에 의해 독일군 돌격대는 포격에 맞춰 전진, 포격이 끝남과 동시에 영국군 진지를 제압했고 경직된 체계에 묶인 영국군은 고립돼 상부의 명령을 받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항복하기 일쑤였다.

이날의 결과는 루덴도르프에게도 놀라웠다. 좌익의 18군은 남쪽에서 증원될 프랑스군을 차단할 조공이었고 공세의 주력은 우익의 17군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18군이 가장 큰 성공을 거뒀고 기동 작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17군은 아라에 강력한 방어 진지를 펼치고 저항하는 영연방군에 막혀 거의 전진을 못하고 있었다.

루덴도르프는 여기서 실수를 저지른다. 돌파에 성공한 18군 지역에 예비대를 증원, 영국군 후방 깊숙이 진출하는 대신 꽉 막힌 17군 전선에 계속 예비 사단을 쏟아 부었다. 요새화된 진지에 대한 정면 돌격에 예비대가 소모되면서 공세는 탄력을 잃었다. 18군이 달성한 종심 60㎞에 이르는 돌파에도 불구하고 작전은 결정적 승리로 확대되지 못한 채 열흘도 안 돼 기세가 꺾였다.

미하엘 작전에서 독일군은 영국군을 능가하는 진보된 용병술, 유기적인 제병 협동 능력과 집중, 기습의 효과를 이끌어 냈다. 이는 제대 간 통신 수단과 차량 보급도 부족한 한계에서 이뤄낸 놀라운 성과였다. 하지만 루덴도르프는 적의 약점이 포착됐을 때 빠르게 파고들어 돌파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원칙을 실천하지 못하면서 작전은 미완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독일군은 제1차 세계대전의 불리한 전세를 일시에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놓쳐 이후 패배의 수순을 밟게 됐다.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막판에 판단이 잘못되면 무위가 되듯 지휘관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채승병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8. 29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