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안보문제는 사회 각계 각층이 뜻을 모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시작한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경제적 이득 챙기기와 미국과의 담판으로 체제보장을 담보하려는 외교적 카드로, 다른 한편으로는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개발, 군사적 압력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 김정일은 전반기에 49회 현지지도 중 군부대에 36회(73%)를 할애하면서 전투태세 완비와 사회주의 혁명 및 절대 충성을 요구하고 역경을 혁명정신으로 극복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일방적 국익 우선주의에 따라 언제든지 한반도에서 군사력을 재배치할 수 있음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국방부는 자주국방의 비전을 갖고 2004년도 국방예산액을 GDP(국내총생산) 대비 3.2% 수준으로 증액 요구하면서 무엇보다 전력투자비의 42.1% 증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비정부기구(NGO)와 진보세력은 국방비 증액에 적극 반대하며, 특히 전력투자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SAM -X(중·고고도 대공 유도탄)사업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AM -X사업은 80년대 중반 북한이 미그-21 등 고성능 전투기를 증강 배치하고 최신예기 도입을 추진하며 스커드 미사일 실전배치와 노동 유도탄 개발 등 공중전력을 대폭 강화하자 대비책으로 대(對)항공기와 탄도탄 방어 능력을 겸비한 최신 고고도 장거리 무기체계의 전력화를 계획한 것이다.

당시 유일한 대응 수단이었던 나이키는 탄도탄 방어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60년대에 작전 배치한 수명이 다한 무기였다. 그동안 수 차례 필요성과 한반도 지형에의 적합성 검토, 그리고 비용 대 효과 분석을 통해 영공방위의 필수 전력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사업주체인 소요군이 육군에서 공군으로 바뀌며 전력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국방예산도 부족해 18년 이상 지연된 숙원사업 중 하나다.

그동안 북한은 미그-29·SU - 25 등 최신예기를 전력화하고 사거리 1000km 이상의 노동 유도탄 등 탄도탄 1천 여 기를 실전 배치하는 등 공중위협을 대폭 증강했다. 현재 세계의 비난 여론 속에 추진 중인 핵무기 프로그램은 탄도탄에 적재할 수 있는 1t 이하의 전술핵 개발에 목표를 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무방비 상태인 탄도탄 방어 능력 구비를 위해서도 SAM - X사업의 추진은 뒤로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SAM -X의 대상장비로 러시아의 S -300계열 방공 유도탄과 미국의 패트리어트가 경쟁했으나 러시아는 협상과정에서 스스로 물러섰다. 패트리어트는 91년 걸프전에 참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으며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는 그동안 30억 달러를 투자해 개량한 PAC- 3체계를 배치, 운용하고 성과를 분석 중이다.

미국 방공전문가들은 1만5800소티 비행 중 세 번을 제외한 99.8%의 성공과 3월27일 캠프 도하(Camp Doha)에 위치한 지상군 사령부를 공격한 이라크 탄도탄을 막아낸 패트리어트에는 왜 찬사가 없는지 아쉬워한다. 만약 패트리어트가 없었다면 당시 회의 중이던 40명의 핵심 지휘부가 희생됐을 텐데 “이라크 전쟁은 어떻게 됐을 것인가” 하는 질문도 던진다.

전쟁에서는 나의 희생이 없는 완벽한 승리란 있을 수 없다. 미래의 안보위협에 대한 대비는 국방의 기본이며 시기적절한 국방투자비는 생명보험료와도 같은 것이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Freedom is not free) 생명을 담보로 한 보험에 들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김규 예 공군소장·국방대 초빙교수>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8.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