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니미츠 제독은 제2차세계대전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해전은 전함이 주도했고, 현재는 항공모함이 주도하고, 미래에는 잠수함이 해전을 주도할 것이다”라고 술회한 바 있다. 또한 당시 영국 수상 처칠은“ 전쟁 기간 중 나를 두렵게 한 것은 독일의 U-Boat뿐이었다”라고 말함으로서 전쟁에서 잠수함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잠수함은 임무에 따라 전략잠수함과 전술 잠수함으로, 추진체계에 따라 원자력잠수함과 디젤잠수함으로 구분한다. 전략잠수함으로는 전략미사일 탑재 원자력잠수함(SSBN : Ballastic Missile Nuclear Submarine)이 있다. 이는 핵무기를 탑재하고 유사시 적국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사거리 7,000~12,000Km)을 발사하여 보복공격을 수행하는 잠수함으로서, 전략폭격기 및 지상발사 대륙간탄도탄과 함께 핵전력의 3대 요소를 형성하나 그들 중에서 은밀성 및 보복능력이 가장 우수한 전력이다.

전술잠수함으로는 원자력추진 공격잠수함(SSN :Nuclear Powered Attack Submarine)과 디젤잠수함이 있다.

원자력추진 공격잠수함은 핵(우라늄)연료를 사용하여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산소가 필요 없어 디젤 잠수함처럼 주기적으로 스노클(부상하여 공기를 흡입하여 디젤기관을 작동 축전지를 충전하는 것)을 할 필요가 없다.

SSN은 냉전 시 적국의 SSBN을 추적, 공격하는 임무를 주로 수행하였으나 오늘날은 제한적으로 전략 핵 미사일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도 있다. 디젤잠수함은 주로 통상파괴전, 기뢰부설 및 특수전 등 전통적인 전술잠수함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여 왔지만, 수중체류의 제한성 및 취약한 기동성 등으로 인하여 현대전에서는 작전 수행에 많은 제한이 있다.

이러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제1차세계대전 중이던 1914년 9월 5일 독일의 디젤잠수함 U-21은 잠수함으로는 최초로 영국의 3천 톤급 경순양함 패스파인더를 어뢰로 공격하여 격침시켰으며, 9월 22일에는 U-9이 1시간 만에 영국 순양함 3척을 격침시키는 전과를 기록하였다. 그 결과 영국 해군은 함대 기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으며 독일은 영국을 고립시킬 목적으로 영국으로 향하는 모든 선박에 대하여 통상파괴전을 감행하였다. 이후 영국은 미국의 참전과 더불어 호송선단(Convoy)제도를 운용하여 회생하였지만 전쟁기간 중 U-보트에 의한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

전쟁 결과, 독일 U-보트는 178척이 침몰되었으나 연합국 선박 5,000여 척을 침몰시켰다. 연합국은 U-보트에 대항하기 위해 3,300여 척의 대잠함, 500여 대의 항공기 및 다수의 기뢰를 투입하였다.

이러한 전쟁 교훈을 바탕으로 미국 잠수함의 경우는 체계적인 개량사업을 통해 잠수함을 발전시켰고, 반면에 일본의 잠수함은 건조체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결여로 표준화된 중형 잠수함 계획마저도 감소 및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그 후 태평양전쟁 중 미국 잠수함은 일본의 선박에 대해 공격을 감행, 총 2,337척 중 2,106척을 격침시켜 모든 전쟁 물자를 절대적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의 전쟁 지속능력을 상실케 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일본의 잠수함 부대는 군수품 이송이나 전투함 진형을 공격하는데 주력하여 거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당시 디젤잠수함이 전술잠수함으로서의 위력을 확실히 보여 준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강대국에서 원자력잠수함 보유를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의 해전 중 원자력잠수함이 참가한 대표적인 해전은 1982년의 포클랜드 해전과 1991년의 걸프전이다.

포클랜드 해전에 투입된 잠수함은 영국 6척(원자력 잠수함 5척, 디젤 잠수함 1척), 아르헨티나 4척(디젤 잠수함)이었다.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섬과 남조지아 섬을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전쟁이 발발하였다. 이에 영국은 8,000마일이나 떨어진 전쟁해역에 원자력잠수함을 불과 10일 만에 배치시켰다. 배치와 동시에 포클랜드 주변 200마일을 전쟁수역으로 선포하였는 바, 이는 원자력잠수함의 최대장점인 은밀성과 기동성을 최대로 활용한 결과로서, 속력이 느리고 매일 스노클을 해야 하는 디젤잠수함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작전이었다. 만약 디젤잠수함을 파견하였다면 이보다 5배의 이동기간이 소요된 50여 일이 걸렸을 것이다.

전쟁수역에 도착하자마자 영국 원자력잠수함 퀀쿼러 함이 아르헨티나 순양함 벨그라노 함을 격침시킴으로서 아르헨티나 기동부대는 해상작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며, 영국은 잠수함의 조기경보와 보급로 차단으로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디젤잠수함만 파견하였다면 속전속결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또한, 걸프전에서는 잠수함이 육상기지에 가장 근접하여 잠대지 토마호크를 발사함으로써 공격의 정확도를 향상시켰고, 잠수함의 은밀성은 이라크군에게 어디서 유도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두려운 전쟁상황을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디젤잠수함에도 잠대지 유도탄을 탑재하는 사례도 있지만 적재적소에 공격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은밀성, 기동성으로 피탐 시 생존력 등에서 월등히 앞선 원자력잠수함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재래식 잠수함에 비하여 월등한 전략적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은밀성, 기동성 및 다양한 무장을 정밀 투사(投射)할 수 있으며 핵무기까지 탑재가능한 원자력잠수함의 확보는 미래전의 전쟁억제와 전승보장을 위한 확실한 선택이다. 비록 건조비, 운영비 면에서 약 5배에 달하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선진 5대강국(미, 영, 중, 러, 불)만이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국가에는 보유치 못하도록 재제하는 이유를 꼼꼼히 살펴보고 준비해야 한다.

일본이‘독도의 날’을 제정하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들의 경거망동을 차단하는 데 가장 유용한 무기체계, 400여 년 전 임진왜란 시 거북선의 위용에 버금가는 무기체계가 무엇일까를 심층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 출처 : 해군본부, 사진 : MR 자료사진(英해군 핵추진잠수함 HMS 트렌찬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