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항공전략가들의 중심(重心) 사상

『제공권』이라는 책을 통해서 항공전략을 가장 먼저 주장한 두헤는 초기 항공력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면서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중심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항공력의 관건이 표적선정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인식한 선구자였다. 그 이유는 항공기가 사실상 어떤 표적이라도 파괴할 수 있지만 모든 표적에 대한 타격을 시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항공력이 적국의“주요 중심부(vital centers)”-국가가 기능하기에 필수적인 사회, 정부, 군사 및 산업구조 요소들-를 파괴 및 무력화시킴으로써 국민의 전쟁수행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았다.

산업시대의 총력전은 집단의 의지를 깨뜨려야하는 것 또한 그는 현대 국가의 주요 중심부를 산업체, 수송 하부구조, 통신망, 정부건물, 그리고 국민의 의지와 같은 다섯 가지의 기본적인 표적체계로 식별하고, 이들 체계 중 국민의 의지를 가장 중요시했는데 그 이유로서 산업시대의 총력전은 더 이상 무장 병력들만의 투쟁이 아니고 집단의 의지를 깨뜨려야 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항공전략사상가 트렌차드는“공격해야 할 목표는 적이 저항을 계속하기에 필요한 중심부가 될 것이다. 그 목표들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공중공격을 수행하는 그순간 최선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항공전력은 투입될 것이다. 공군은 적국을 패배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적의 군사력을 먼저 격멸시킬 필요는 없다. 공군력은 이러한 중간단계 없이도 운용될 수 있으며, 적의 해군과 육군의 상공을 가로질러 방공망에 침투하여 적의 전쟁노력을 유지케 하는 생산 중심지와 교통 통신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적의 전쟁노력과 의지를 파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미첼의 주요 중심부

미국의 항공전략사상가 미첼도 항공력은 적의 주요 중심부를 마비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적이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분쇄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으며, 주요 중심부는 사람이 살고 있는 대도시, 공장, 원자재, 식량자원, 군수품, 그리고 교통수단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초기 항공전략사상가들의 사상은 모든 항공력이 적의 주요 중심부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어떤 표적이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의견을 달리했다.


두헤의 주요 중심부

두헤는 1차 세계대전의 제한된 경험에 근거하여 인구집단을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 도시폭격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주요 도시에 소이탄, 화학탄 및 고폭탄을 투하함으로써 혼란과 황폐함을 일으켜 불가피하게 항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두헤의 도시폭격 주장은 2차대전 당시의 영국과 독일의 도시폭격 교훈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도시폭격으로 적국의 집단의지를 깨뜨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으며, 이후 미국과 영국의 항공전략사상가들은 전략적 표적으로 인구집단이 아닌 산업 기반시설에 중점을 두었다.

미국에서는 미첼의 사상이 항공단전술학교(Air Corps Tactical School)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학교의 교수진은 산업적 병목-산업체계의 효과적인 운영에 필수 불가결한 공장 또는 기능-을 찾아내는 교리를 정립했다.

정확한 병목을 공격 또는 무력화시킨다면, 전체 산업체계는 무너질 수 있다고 보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항공단전술학교 장교들은 적의 산업하부구조를 표적화함으로써 전쟁수행 능력의 파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트렌차드의 주요 중심부 트렌차드가 이끈 영국 공군은 다소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그는 두헤처럼, 폭격의 심리적 효과가 물리적 효과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헤와 달리 트렌차드는 직접적인 인명 공격은 도덕적·군사적으로 문제가 있으므로 심리적 충격을 주기에 적절한 전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한 국가의 산업 기반시설이 적절한 표적이라는 항공단전술학교 전략과 유사한 주장을 했다. 그는 정상적인 생활의 중단-직업, 임금, 공공 서비스, 교통 및 재화의 상실-은 사람들이 평화를 원하게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슬레서 중령의 주요 중심부

또 다른 영국 공군 장교인 슬레서 중령은 적 육군의 보급선과 병참선이 핵심 중심이며, 적 수송체계를 두절시키거나 무력화시킨다면 적 육군은 효과적인 저항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체 국가가 마비되고 취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전략적, 작전적 수준의 항공 후방차단을 주장했고 이에 따라 영국 공군은 1944년 대(對) 독일 전역에서 이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을 보장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서유럽에서의 대대적인 독일 철도체계 파괴는 슬레서가 예견했듯이 독일 전체의 전쟁 수행 노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위에서 살펴본 항공력 표적화 이론에서 두헤뿐만 아니라 초기 항공전략가들 모두가 일반적인 표적집단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무엇이 국가의 산업체계를 파괴하기에 필요한 것인가를 체계적으로 고찰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그들은 국가의 핵심적 주요 중심부에 대하여 식별을 시도하는 기초적인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주요 중심부내 어떤 표적집단이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공격할 때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단지 미국의 항공단전술학교 이론가들이 연구를 통해“표적선정은 항공력의 핵심이며, 정보는 표적선정의 핵심이다”라는 결론을 내린 정도가 전부였다. 아마 그 이유는 그때까지 항공기 성능이 유아기에 있었고, 항공력 이론의 바탕이 되는 항공전의 경험이 축적되지 못했으며, 항공력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 볼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초기 항공전략가들은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1차대전시 항공력의 역할을 충분히 검토하였으며, 그들 스스로의 논리와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미흡한 경험을 극복하려 노력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 자료제공 : 대한민국 공군, 2003. 5.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