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시대 항공전략에 대한 새로운 이해
지난 호에서 살펴보았듯이 초기 항공전략사상가들은 한결같이 전략폭격을 통하여 적의 주요 중심부를 파괴하고 전쟁수행 의지를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사람들로서 항공기 성능발달이 미약했던 시기에도 바람직한 항공력 운용을 위해 표적선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의 주요 중심을 식별하려고 노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항공력의 중요성이 점차 입증되어갈 즈음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인 일본에 대한 원폭 투하는 전세계 군사지도자들에게 커다란 파급을 일으켰으며, 핵무기는 예전의 모든 경험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전쟁방식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핵무기 시대의 전쟁경험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핵전쟁의 이론을 정립하고 밝히기 위해 군 출신이 아닌 새로운 계통의 민간 학파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제안했던 핵전쟁 이론은 냉전기간 동안 군사력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따라서 제복을 입은 군사전략가들은 너무 일찌감치 전략분야에 대한 연구를 포기하고 민간에 이양해 버렸으며, 미래전이 핵무기를 수반할 것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전략적 수준에서 재래식 항공력의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한 항공전략사상가가 한동안 나타나지 못했다.
그러나 냉전기간 동안에 발생한 베트남전을 통해 핵전쟁은 새로운 연구분야였지만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으며, 재래식 전략의 재활성화를 촉진시켰다. 따라서 항공전략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시작되어 오늘날 저명한 항공력 이론가인 존 보이드와 존 와든이 등장했다.
존 보이드의 주요 중심
한국전에 F-86 전투조종사로 참전한 경험이 있는 존 보이드는 한국전에서 10대 1의 우세를 보인 MiG-15에 대한 F-86의 강점을 신속한 기동능력으로 보고 기동에 대한 전술적 개념을 분쟁의 일반이론으로 확대했다. 그는 적보다 신속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관측(Observation)-정향(Orientation)-결정(Decision)-행동(Action)의 네 가지 의사결정 과정을 신속하게 수행하고 적의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을 늦추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는‘OODA Loop 모델’을 고안했으며, 전략적 마비를 달성할 수 있는 적 지휘부의 도덕적, 정신적, 물리적 연결고리를 주요 중심으로 고려했다. 그의 이론은 산업시설의 파괴를 주장한 초기 항공전략사상가들의 심리적, 정신적 마비개념을 지휘·통제에 대한 마비개념으로 전환하여 전략적 항공이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존 와든의 주요 중심
또 한 명의 현대 항공전략사상가인 존 와든은 1986년 국방대학원 재학시절 항공전에 대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시작하여 1988년『항공전역(The Air Campaign)』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 후 그는 1990년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국방성에 배속되어 자신의 이론을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항공전역을 계획했다. 그는 전쟁이란 항상 물리적, 심리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이지만 심리적 요소는 측정하기 힘들고 파악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에 항공전략가들은 적의 물리적 징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적을 하나의 체계로 분석하면서 모든 전략적 목표물은 5개의 구성요소로 나뉘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아래 그림과 같이 다섯 개의 동심원으로 자신의 계획을 도시했다. 중앙의 원에는 주요 중심으로 적의 지휘부를 두었으며, 지휘부 바깥으로 체계의 작동에 있어 중요성이 떨어지는 유기적 필수요소, 기반시설, 인구집단, 그리고 가장 외곽의 원에는 중요성이 덜하지만 공략하기 매우 어려운 적의 야전군사력을 배치했다.
5개 동심원 모델의 핵심은 전략수립시 최우선적인 관심을 적 지휘부에 집중하라는 것이며, 지휘부의 파괴가 체계의 전체적인 물리적 마비를 가져오고 다른 동심원의 전략적 중심에 대한 성공적인 공격은 부분적인 마비뿐 아니라 지휘부에 견디기 힘든 심리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력은 전략적 마비를 달성할 수 있는 전쟁승리의 결정적 전력초기 항공전략가들과 현대 항공전략가들의 중심 사상을 비교하면, 초기 항공전략가들은 주요 중심으로 산업시설과 같은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했으나 보이드와 와든은 적 지휘부와 같은 비경제적 요소를 더욱 강조했으며, 보이드가 적 지휘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붕괴시키고자 한 반면 와든은 그 형태를 붕괴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 두 사람은 항공력이 적의 중심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하여 정신적·물리적 차원의 전략적 마비를 달성할 수 있는 전쟁승리의 결정적 전력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 현대 항공전략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 자료제공 :
대한민국 공군, 2003. 5. 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