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육군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의 칼 특별전’은 한국 전통 도검(刀劍)을 주제로 한 사상 최초의 전시회였다.

전통 도검 연구가인 이석재 경인미술관 관장은 “1970년대 인사동에서 골동품 거래상들이 자체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한 사례가 한번 있었을 뿐 박물관에서 정식으로 개최한 전시회는 지난해 특별전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통 도검을 주제로 한 논문 몇 편이 집필됐을 뿐 전통 도검만을 다룬 별도의 학술 단행본도 없는 실정이라 전시회 준비과정에서 육군박물관 관계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관장은 “우리나라 전통 도검이 몇 자루 남아 있는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며 “미국 소더비 경매장에 보물급 한국 전통 도검이 드물게 출품되는 것으로 보아 외국에 유출된 칼이 적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육군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한국 전통 도검을 소장한 수집가는 S그룹 L모 회장이었다”며 “S그룹이 외환위기(IMF) 당시 워크아웃 신청을 하면서 L모 회장도 모든 연락처를 끊고 출국한 상태라 그가 수집한 칼들의 행방도 묘연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전통 도검과 관련된 또다른 문제는 중국 전통 도검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고화기(古火器)와 티베트 민속품을 전문 전시하고 있는 티벳박물관의 심광웅 홍보실장은 “국내에서 중국 전통 무기가 대량으로 거래된 지 15년이 넘었다”며 “조선 후기의 양날 검(劍) 종류와 일부 화약무기는 중국 것과 한국 것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관장도 “조선시대에 중국제와 비슷하게 만든 칼과 구한말과 80년대 후반부터 중국에서 유입된 칼들이 골동품 시장에서 뒤섞이고 있다”며 “빨리 전통 도검의 보존 현황을 파악하고 한국 도검의 특성에 대한 연구를 진척시키지 않으면 국내에 혼입된 중국제 전통 도검류 때문에 앞으로의 연구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통 도검 제작기술의 전승이 끊긴 것도 문제다. 현재 전통 활과 화살의 경우 무형문화재 47호인 유세현씨를 비롯, 전통 제조기술을 전승한 기술자가 일부 남아 있다. 그러나 전통 도검은 구한말을 마지막으로 기술 전승이 단절됐다.

전통 도검 제작자인 홍석현씨는 “현재 국내에서 조선시대의 기술로 전통 도검을 제작하는 사람은 없다”며 “전통 제작법을 복원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대장간 공정 자체가 전승이 끊긴 상태라 전통 기술로 도검을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 신문 광고 등을 통해 한국도·백제검·신라검·화랑검으로 선전되며 팔리고 있는 재현품 칼들은 “일본에서 칼날을 수입해서 만들어진 정체불명의 칼”이라는 것이 전통 도검 연구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