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너지무기(KEW)

운동에너지무기는 전혀 다른 발상에 기초를 두고 있는 대 미사일무기로서, 고속으로 운동하는 탄환을 목표 미사일에 충돌시켜 파괴시키려는 무기이다. 언뜻 생각할 때는 폭발물을 써서 파괴시키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공기가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폭풍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고속으로 나는 미사일을 상대로 해서는 어떠한 메커니즘을 써도 폭발이 후방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파편에 의한 파괴를 기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충돌시키는 방법밖엔 없다.

가속단계에서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시간은 180초에서 300초 사이에 불과할 만큼 짧기 때문에 초고속무기를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운동에너지무기를 실용화하려면 적어도 미사일 순항 속도의 1.6배가 되는 시속 40,000km의 속도가 필요하다. 화약을 터뜨려 나가는 탄환보다 15배 이상 빠른 속도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속도로는 유효거리가 1,800km에서 3,000km에 머무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초속 20km정도의 속도가 바람직하다. 그 정도의 속도와 유효거리라면 화학레이저 또는 X선 레이저를 탑재한 위성과 마찬가지로 지구를 도는 궤도 위에 배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렇듯 탄환을 초고속으로 날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고속화를 이루면 또 다른 이익이 생긴다.

물체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그 질량에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의 1/2, 즉 E=(1/2)mV²이기 때문에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여 커지며, 필요한 에너지가 같다면 그만큼 탄환을 작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초고속을 어떻게 해서 실현시키느냐 하는 것인데, 로켓추진방식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하나가 바로 레일건이며, 이것은 전자가속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두 쌍의 레일 사이에 강력한 자계를 생성시켜, 이 사이에 전도성을 지닌 탄환을 두면 앞으로 나가는 에너지가 생겨 점점 가속되어 종국에는 목표로 한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전자가속을 이용한 레일건은 이론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알려져 실험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별로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 지구상에서는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레일과 탄환 사이의 마찰이 커서 좀처럼 가속되지 않는다.

또한 공기의 저항으로 금방 감속되어 버린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우주공간에 놓으면 중력도 작용하지 않고, 공기저항도 없기 때문에 효과를 볼 가능성이 특히 커진다.

본질적으로 레일과 탄환 사이에는 마찰이 크지만, 플라스틱제 탄환을 특수합금으로 도금하거나 특수합금 껍데기를 씌우면 해결된다. 즉, 퓨즈처럼 녹아서 기화하기 쉬운 합금을 사용하면 큰 전류가 통과할 때 순식간에 증발해 전도성을 지닌 플라즈마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탄환과 레일 사이에 마찰 없이 전도성이 유지되며, 탄환은 그 자체가 고속으로 운동하는 플라즈마에 실리듯이 고속으로 발사된다.

운동에너지무기의 실질적인 배치를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에는 적당한 궤도 및 초고속 속도를 얻는 것, 엄청난 양의 추진제 운반, 적 탄도탄 및 위성을 파괴한 후 파편에 의한 아국의 위성 손상 배제 등이 있다. 어쨌든 중요한 우주무기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궤도예측이 손쉬워 적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속단계에서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시간은 180초에서 300초 사이에 불과할 만큼 짧기 때문에 운동에너지무기를 실용화하려면 적어도 미사일 순항 속도의 1.6배가 되는 시속 40,000km의 속도가 필요하다.

< 자료제공 : 대한민국 공군, 2003. 8.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