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한민국 공군 태어나다

"동경을 폭격하라" - 미국 하늘에 그린 한인 조종사들의 꿈


"제공권을 확보하지 않고는 독립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앞으로의 전쟁은 하늘을 지배하는 자들의 것이다"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군무총장이었던 노백린 장군의 말입니다(독립신문 1914.4.17 보도). 이후 노장군은 미국으로 건너가 독립군 활동을 하던 청년 중 6명을 선발해 캘리포니아의 레드우드 비행학교에서 조종술을 익히게 합니다. 그리고 한인 부호 김종림의 지원을 받아 1920년, 캘리포니아 월로우즈에 한인 비행학교를 설립합니다.








레드우드 비행학교를 졸업한 6명의 한인 조종사들이 교관이 됩니다. 당시 가격으로 대당 2천불의 거금을 주고 2인승 복엽기인 JN-2, JN-3 3기를 구입합니다.

1920년 배출된 첫 번째 졸업생 25명은 후진 양성의 일념으로 모두 학교의 교관으로 남습니다. 한인사회의 지원으로 학교는 계속 확장되고, 1923년에는 2회 졸업생 11명을 배출합니다. 그리고 JN-4D 2기를 추가로 도입합니다.




그러나 곧 미국 경제가 크게 악화되면서 현지 한인들의 경제 형편 역시 파탄지경에 이르자, 학교의 재정 사정 역시 급격하게 어려워집니다. 결국 개교 3년 만에 폐교됩니다.

월로우즈의 한인 비행학교. 간절하게 바래오던 동경 폭격의 꿈은 좌절됐지만 그들의 신념과 사연들은 오늘의 공군이 있게 한 최초의 의미 있는 날갯짓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해방, 그리고 조선경비대의 발족.. 그러나 공군은 없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1945년. 다시 찾은 주권을 힘으로 수호하기 위한 조선경비대가 미 군정의 도움으로 그 해 11월 창설됩니다. 그러나 항공부대는 제외되죠. 아직 공군력은 필요치 않다는 미 군정당국의 입장에 따른 것입니다.

해방 전부터 국내외에서 활동해오던 항공인들은 대한민국의 항공분야를 개척하고 항공사상을 보급하기 위해 중앙항공연구소, 조선학생항공연맹, 조선항공기술연맹 등 사설 항공단체들을 설립합니다. 이러한 단체들은 보다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한국항공건설협회로 통합됩니다(1946.8.10).


항공부대 창설

항공건설협회 간부(회장 장덕창, 부회장 이영무)들은 민간단체로는 국방의 일익을 담당할 수 없다고 보고 조선경비대 미 고문관인 프라이스 대령을 상대로 항공부대 창설을 협의합니다. 1948년 3월, 미 군정당국은 조선경비대에 경비행기 부대를 창설해주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릅니다. 대신, 국내 항공분야의 지도급 인사들이 조선경비대 보병학교에 입교해 미국식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답니다.

이리하여 협회 간부 중 7명이 그 해 4월, 보병학교에 입교해 1개월 간의 기본군사훈련을 받습니다. 영관장교 정도의 연배와 경력을 가진 그들이지만 항공부대 창설을 위해 기꺼이 신병교육을 받은 것입니다. 교육 수료 후 다시 조선경비사관학교에 들어가 2주간의 장교후보생 교육을 받습니다. 그리고 육군소위로 임관, 항공부대 창설을 준비하게 됩니다.




1948년 5월 5일, 통위부(지금의 국방부 격) 직속으로 항공부대가 창설됩니다. 초대 부대장으로는 미 고문단에서 추천한 백인엽 소령이 임명되나, 3주 후 7명의 간부 중 한 사람인 최용덕 중위가 부대장으로 취임하기에 이릅니다. 그 해 9월 13일에는 항공기지사령부로 개칭하면서 미군으로부터 L-4 연락기 10기를 인수합니다. 그리고 이틀 후인 9월 15일, 태극마크를 단 L-4 10기가 편대를 지어 서울 상공에서 최초의 전시비행을 하게 됩니다.








공군, 드디어 독립

육군항공사령부는 기구와 병력, 장비 등 모든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며 공군 독립의 기반을 갖춰갑니다. 사령부 간부들은 "항공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군을 육군에서 분리, 1개군으로 창설하여 3군의 균형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이승만 대통령도 이에 공감, 국군 창설을 위한 국군조직법 제정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도록 지시하기에 이릅니다.

반대 움직임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군 독립은 육군이 충분히 성장한 뒤에 논의할 일'이라는 주장, '공지합동 작전을 위해서는 공군이 육군 밑에 있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 등이 제기되죠.

마침내 1949년 10월 1일, 대통령령 제254호 '공군본부직제'에 의거, 육군항공사령부는 1,100명의 병력과 20대의 L형 항공기를 가지고 육군으로부터 분리 독립됩니다. 초대 총참모장에는 김정렬 대령이, 참모부장에는 박범집 대령이 임명됩니다.

대한민국 공군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우리나라 항공 선각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피땀어린 노력이 맺은 결실이었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민국 공군, 2003. 10.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