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파일럿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알짜 길잡이가 될 줄로 믿습니다.
대한민국 하늘 아래 사는 모든 분들에게는, 이 나라 '빨간 마후라'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왜 그들을 사랑해줘야 하는지를 잠시나마 느끼게 해드린다면 만족합니다.

관심과 애독을 부탁드립니다.



◁ 글 싣는 순서 ▷

1.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세 가지 길
2. 조종사가 되는 길 ① : 공군사관학교
3. 조종사가 되는 길 ② : ROTC
4. 조종사가 되는 길 ③ : 조종장학생
5. 걸음마 비행, 초등훈련
6. 제법 난다 중등훈련
7. 고지가 저기다! 고등훈련
8. 우리를 '여성 조종사'라 부르지 마라
9. 나는야 '빨간 마후라'
10. 100인의 조종사에게 물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세 가지 길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 그들은...

그들은 남들과 다른 세상을 산다.

성층권에서 본 태양빛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알고, 까마득히 아래에 펼쳐진 사람들의 세계가 얼마나 협소한지를 안다. 소리보다 빠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순간적으로 지구 중력의 아홉 배를 견뎌야 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가슴에 달린 윙(Wing), 그리고 수백 억에 달하는 애기(愛機)는 도전과 신념의 원천이다. 국가에 대한 섬김과 사랑을 가르친다. 긍지와 명예가 부귀보다 훨씬 값진 것임을 새기게 해준다.

그들은 개척자이기도 하고, 용사이기도 하다. 가장 프로페셔널한 인생을 살면서도, 가장 희생적인 길을 걷는다.

아무나 대한민국 공군의 조종사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건실한 정신과 육체를 가진 이들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조종사 양성과정은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이지, '특별한 이들을 뽑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군의 조종사가 되는 길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고교 졸업 후 공군사관학교(이하 공사)에 진학하는 것

절제와 엄정을 바탕으로 한 생도생활, 그리고 정규 대학 교육과 군사 전문 교육을 통해 공군의 정예 장교로 양성된다. 물론, 등록금이나 수업료는 전액 국비 지원. 품위유지를 위한 '용돈'도 지급된다. 공사를 졸업한다고 곧 조종사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제 시작일 뿐.


두 번째는 학군장교(ROTC)로 임관해 조종사가 되는 것

공군의 ROTC 과정은 한국항공대학교에 유일하다. 항공대 1∼2학년 재학 중 ROTC에 지원해 선발되면, 타군의 ROTC와 같이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고, 학군단원으로서의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 졸업하면 공군 소위로 임관. 그 중 항공운항과 출신들은 비행훈련을 받고 조종사로 양성된다.


세 번째는 조종장학생

조종사 양성 과정으로서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길. 만약, 대학 재학 중에 뜻한 바가 있어 조종사의 길로 진로를 크게 바꾸려면 조종장학생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4년제 대학 1∼2학년(내년부터는 1∼3학년) 중 조종장학생에 지원해 선발되면,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졸업하면 공군 사관후보생 훈련(15주)을 받고 소위로 임관한 후 비행훈련에 입과하게 된다. 캠퍼스의 자유로운 생활과 파일럿의 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역시 마지막 고등훈련까지 마치려면 아직 길은 멀다.


잠깐, 여성 조종사를 꿈꾸는 이들은 어떻게?

1997년 공사에서 최초로 여생도를 받아들임에 따라 여성들에게도 공군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실제로 7명의 공사 출신 여성 조종사가 공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미래의 조종사를 꿈꾸는 여학생들에게는 공사 진학이 유일한 방편이다.


꿈꾸는 이여 도전하라

조종사들은 말한다. 휼륭한 조종사들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땅을 박차고 올라 힘차게 웅비하는 삶을 원한다면 도전해 보라. 위에서 읽은 대로 세 가지 길이 있다.

각각의 길에 대한 자세한 지도는 계속 이어질 예정.

< 출처 : 공군=밀리터리 리뷰, 2003. 10.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