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문제 해결땐, 수중주행 가능

◆ 현가장치(suspension)

궤도식 전차에서 엔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현가장치(suspension)인데 충격 흡수장치(shock absorber)가 부착된 토션 바(torsion bar)식이 여전히 주류를 점하고 있다. 이것은 강철봉의 비틀림을 이용한 방식으로 신뢰성이 높고 정비가 거의 필요없다. 내탄성이 우수하고 손상을 입어도 교환이 비교적 쉽다.

승차감을 높이고 포를 안정케 하면서 바퀴의 상하운동 폭을 크게 하는 것이 현가장치이다. 이 경우 유기압식을 이용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유기압 현가장치는 구조가 복잡한데다 비싸고 저온시 오일이 새는 등 신뢰성에서 문제가 있다. 챌린저처럼 각각의 바퀴를 독립적으로 장착한 형태와 일본의 74식전차, 스웨덴의 S전차처럼 각 유니트를 연결한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치프텐과 메르카바는 홀스트만형이라고 해서 두 개의 바퀴를 한 조로 만들어 코일 스프링으로 독립현가(獨立懸架)하는 고전적인 현가장치를 채용했다. 신뢰성 ·경제성을 추구한 결과이다. 접지압(接地壓)과 오늘날의 전차가 있게 한 것이 무한궤도를 사용하고부터인데, 이것도 접지압과 조종성능 사이의 조화를 위한 선택의 폭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땅에 주는 압력이 작으면 도로가 아닌 곳을 달리는 성능이 향상되지만 땅에 닿는 길이와 폭을 늘리면 조종성능이 저하된다. 각국이 모두 1㎤ 당 0.8~0.9㎏ 정도의 접지압을 택하고 있지만 눈이 많은 나라인 러시아의 경우 특이하게 높은 1.09㎏ 이상을 택하기도 한다.

무한궤도 자체는 더블 블록 ·더블 핀 ·엔드커넥터를 사용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 이것은 두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하나하나의 블록을 두 개의 무한궤도로 결합하고 핀 끝은 커넥터로 결합한 것이다. 싱글 핀을 사용한 것보다 탄력성이 좋아 지표면을 확고히 움켜 쥐는 듯하면서 달릴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엔드커넥터의 강도인데 레오파르트 II를 비롯한 독일의 모든 장갑차에 장착된 무한궤도(딜사 제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정비가 필요 없을 정도로 발전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마지막 문제는 도하 능력이다. 하중 40~50ｔ을 견딜 수 있는 다리가 그리 흔하지도 않고 지원하는 도하공병부대가 항상 곁에 있다는 보장도 없다. 물에 뜨는 성능을 갖추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잠수도하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현대의 전차는 화생방전 상황을 고려, 완전히 밀폐되도록 설계하기 때문에 흡기와 배기의 문제만 해결하면 수중주행이 가능하다.


◆ 전차포

전차의 공격력은 차가 지닌 모든 기능과 연관지어 평가해야 한다. 장갑 방호력이 뒤떨어지면 일격을 가하기 전에 이쪽이 당할 수 있다. 가속력도 중요한 요소이고 적재 연료와 탄약이 적으면 불안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주요한 요소는 역시 포와 포탄이다. 러시아는 T-72와 그 후속 주력전차에 125㎜이상의 대구경을 장비했고 T-90은 포구를 통해 대공 미사일까지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독 라인메탈의 120㎜ 활강포, 영국의 120㎜ L11 강선포가 서방측의 유력한 전차포들이다.

M-1은 105㎜포를 120㎜ 활강포를 탑재한 A1형으로 개장했고, 일본의 90식 전차는 라인메탈사의 120㎜포를 탑재해 현대의 전차는 120㎜급으로 통일될 것으로 보인다. 포신의 길이도 늘어나 구경 대 포신 길이의 비율이 1대 50에 달하고 있다.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대구경 및 장포신을 추구하는 주된 이유는 탄환의 최초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대구경과 장포신 일수록 강력한 장약을 사용,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포탄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5㎜포의 위력이 120㎜포보다 크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최근의 전차 포탄은 핀으로 안정되는 대전차 철갑탄(APFSDS)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탄심의 길이 ·재질 ·착탄속도가 문제이지 구경 그 자체는 별로 관계가 없다. 그렇다 해도 상대방이 120㎜포를 지니고 있으면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포신의 덮개, 즉 방열피복(therm al jacket)은 포신이 외부 열을 받아 비틀어지거나 구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착한다. 치프텐처럼 단순한 천 모양의 덮개로 묶은 간단한 것에서부터 레오파르트 II처럼 단열재를 넣은 경합금의 통을 부착한 본격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 자동 장전장치

겉모양을 보아서는 좀처럼 판별할 수 없지만 T-64 ·T-72에는 자동 장전장치가 부착돼 있다. 일본의 차기 주력전차도 자동 장전장치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 장치를 쓰면 승무원을 4명에서 3명으로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포탄도 완전소진식 혹은 부분소진식이 많아졌다. L11의 포탄은 탄두와 장약이 분리된 완전소진식이다. 레오파르트 II는 발사 가스가 압축된 밑부분만이 남는다. T-64 ·T-72도 소진식 포탄이다. 이 때문에 승무원들은 사격한 뒤의 찌꺼기를 처리하는 성가신 일에서 해방되었다.

포 시스템 전체는 주로 유압으로 수평 ·수직 두 방향의 안정을 취한다. 이것이 더욱 정밀화하고 조준장치도 안정되면 주행 중 정밀사격이 가능해지지만 들어간 비용에 상응하는 효과가 나올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에 아직 거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포탑의 구동은 주포가 전동 ·유압식 ·순전동식 등을 선택, 설계할 수 있다. 비상시에 대비, 수동도 가능토록 배려한다. 중동전쟁의 교훈을 통해 인화 가능성이 높은 유압식보다 순전동식이 유리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포탑이 한 바퀴 선회하는 속도는 레오파르트 II가 15초, 치프텐이 16초이다.

〈공군사관학교 교수 권재상 대령 holdon@unitel.co.kr〉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