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 조종사가 되는 길 ③ : 조종장학생


공사 안 가도 조종사 빨간 마후라 맬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던 정하늘군. 자신있게 공군사관학교를 지원했지만 아깝게도 탈락하고 말았다. 마음을 애써 추스리고 대학에 들어가긴 했는데, 학교 다니다 입대해서 평범한 군복무를 할 생각을 하니 파일럿을 꿈꾸던 과거의 꿈은 더욱 아쉽기만 하다. 심지어는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공사에 재도전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는데, 귀가 번쩍 트이는 모병담당관의 한 마디.

"대학 졸업하고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길도 있다네."


그것은 바로 조종장학생. 그 길로 정하늘군은 병무청에 조종장학생 지원서를 냈다.

※ 잠깐! 4년제 대학 1,2학년 재학생이면 누구나 조종장학생 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된 장학생은 졸업시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고 졸업 후 비행교육과정을 거치게 된다. 2004년부터는 3학년 학생도 지원 가능하다. 단, 2,3학년은 전학년 평균성적이 100점 기준으로 70점 이상이어야 한다.

모집 전형은 총 2차. 1학년의 경우 1차 서류전형은 시험 없이 수능성적만으로 평가하고, 2차전형이 정밀신체검사, 체력검정, 인성검사, 조종사 적성검사이다. 체력검정은 30초간 팔굽혀펴기 17회 이상, 30초간 윗몸일으키기 17회 이상, 그리고 1.5Km를 7분 10초 내에 달리는 정도로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조건. 앞으로 보겠지만 아무나 조종사가 되는 건 아니다! 도전정신과 준비하는 자세만이 조종사를 만든다.


장학금으로 대학 맘편하게 다니자!

◆ 조종장학생들의 캠퍼스 생활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결과. 2차전형의 각종 검사도 통과한 정하늘군, 대학을 졸업하면 곧 조종사의 길을 밟게 될 거라 생각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조종사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택했던 대학생활, 이제는 더 훌륭한 조종사가 되기 위해 교양을 쌓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더군다나 공군에서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급해 주니 학비 걱정도 없다. 가고 싶은 길을 확실히 정해 두었으니 남들처럼 취직 걱정, 군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조종장학생으로서 학점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하지만, 그리 높은 성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학년이 올라가니 친구들은 차츰 군대에 가지만, 정하늘군은 휴학 한번 없이 꿋꿋이 학교생활을 즐긴다.
"넌 군대 안 가냐?"
"훗, 나는 졸업하고 전투기 타러 간다!"


◆ 조종장학생 하계 특별교육

겉으로 보기에 여느 대학생과 전혀 다를 것이 없지만, 여름방학이면 특별교육이 있다. 정기적인 신체검사와 학년별 비행동기 강화교육. 신체검사는 대학 다니는 동안에서 조종사가 되기 위한 요건에 맞는지를 체크해 보는 것.

그 동안 몸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공중 근무 결격 사유는 없는지 숨김없이 드러난다. 지나친 음주가무 및 방탕한 생활로 신체검사를 통과 못하면 장학생 자격 박탈 --;;

비행동기 강화교육은 한마디로 조종사 교육 현장체험 프로그램이다.

2학년 때는 C-130 탑승, 항공기 생산공장·비행단 견학, 3학년 때는 지상학술교육 소개, 시뮬레이터 탑승체험, 4학년 때는 T-41 훈련기 비행절차 교육과 비행체험이 있다. 비행체험은 물론 조종사 옆에 앉아서 가는 것이지만, 일반 민항기를 타고 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멋진 경험이다.


졸업 이후... 이제 시작!



◆ 기본군사훈련

4년간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한 정하늘군. 학사졸업장을 딴 바로 다음 달, 진주 교육사령부에서 일반 사관후보생들과 14주간의 기본군사훈련을 받는다. 본격적인 공군인 되기의 첫 단추.

기본군사훈련 14주는 한마디로 만만찮다.


하지만 조종사의 꿈을 갈고 닦으며 체력을 다져온 조종장학생 정하늘군은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성취감, 그리고 빛나는 소위 계급장을 얻고 공군 장교가 된다. 하지만 이때의 성취감은 조금 때 이른 것. 조종사가 되기 위한 노정은 이제 시작이다.


◆ 정밀신검, 비행 입과 사전교육

14주 동안 고된 훈련을 받은 정하늘 소위, 임관 직후에 전투 조종사로써 몸에 이상이 없는지 정밀 신체검사를 받는다. 행여 기초체력을 다져놓지 못해 군사훈련기간 중 심각하게 다친 부분이 있다면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이런 경우 여타의 특기로 전환하여 일반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신체검사를 무사히 마치고 난 후, 정하늘군 또 하나의 고민에 빠지는데,
"과연 내가 비행기를 몰 수 있을까?"
"전투기를 조종하려면 공부도 무지무지 많이 해야 한다던데.."
"인문계 전공이라 수학, 물리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한번도 본적 없는데..."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정밀 신체검사를 통과하면 교육사령부에서 비행입과 사전교육을 받게 된다. 이론수업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사전 교육에서는 비행기가 뜨는 원리에서부터 항공 역학까지 조종사가 알아야 할 필수 과목들만 쏙쏙 뽑아서 알차게 교육한다.


◆ 공수훈련, 항공생리, 생환훈련을 마스터



공수훈련은 공사 생도들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 힘든 훈련 중 하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한다. 동기들과의 훈련 속에서 이제 진정한 조종사의 늠름한 모습을 조금씩 갖춰 가는 정하늘 소위. 공수 마크를 달면 무서울 것이 없다.

공수훈련에 이어 받는 것이 항공생리교육과 생환교육.

전투기는 지상 몇 만 피트 상공에서 기동하기 때문에, 인간의 몸이 그에 적응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쉽게 고공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항공생리교육.


비행교육의 문턱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교육훈련을 모두 마쳤다. 이제 전투 조종사가 되기 위한 기초 자격 요건은 모두 갖춘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2년간의 본격적인 비행교육을 통과해야만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 있다.

조종장학생 과정, 마음껏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나서 비로소 조종사에의 길이 시작되는 만큼, 4년의 생도생활을 통해 조종사를 준비하는 사관학교 출신이나 2년간 항공교육을 받으며 군사훈련을 병행하는 ROTC보다 숨가쁘고 빡빡한 일정인 것이 사실이다. 조종장학생이 되었다고 바로 조종사의 길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그 숨가쁜 일정 동안 아차 하고 마음을 놓아버리면 소중한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

넘으면 넘을수록 더 많은 노력과 도전을 요구하는 조종사의 길, 쉽지 않다. 이제는 비행교육 과정에 있는 정하늘 중위, 오늘도 이 문장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우리가 당하는 고통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다"

< 출처 : 공군=밀리터리 리뷰, 2003. 10.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