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력제어장치(FCS)

전차의 시스템 전체에서 가장 진보 속도가 빠른 것이 화력제어장치다. 지금까지 서방측 전차에서는 카메라의 초점장치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광학거리 측정장치가 주류를 이루었다.

구소련의 전차는 T-62까지 스탄디아 레티클(standia reticle)형 거리측정장치를 갖추고 있었다. 이 장치는 먼저 목표의 높이를 알아내 거울 내에서 몇 ㎜로 보이는가를 계산한 뒤 이 값에서 거리를 산출한다.

구조가 간단해 무엇보다 고장이 없지만 정밀도는 극히 나쁘다. 치프텐처럼 주포와 같은 축에 연결된 12.7㎜ 거리측정용 총을 지녀 먼저 이것을 발사해 본 다음 명중하면 주포를 쏘는 시스템을 취하는 전차도 있다(106㎜ 무반동총 사격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들은 완벽한 정밀도를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레이저 거리측정장치다. 레이저의 반사를 이용한 이 거리측정장치는 급속히 보급돼 현재 이것을 장비하지 않은 전차는 현대적인 전차라 말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레이저도 처음에는 루비 레이저(ruby laser)에 이어 네오줌 YAG ·이산화탄소 레이저로 발전했다. 즉 장해를 잘 극복하고 인체에 대한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발달했다. 러시아도 T-72 이후의 전차에는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장착하고 있다.

사거리가 결정되면 탄도계산기, 즉 컴퓨터로 포의 부각 ·앙각을 결정한다. 운동에너지탄(APFSDS)과 같은 풍향 ·풍속에 민감한 탄의 사격에 이는 필수적이다. 또한 장약의 온도와 포강의 마모 정도도 포탄의 최초속도와 관계가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환경센서를 통해 컴퓨터에 입력, 탄도계산에 사용된다. 또한 움직이는 표적의 미래위치를 파악, 그곳을 조준할 수 있게 되었고 교전 우선순위 결정을 도와주는 기능까지 장착한다.


◆ 피탄정면(被彈正面) 축소

전차의 방호력은 첫째 장갑이다. 중공장갑 ·복합장갑이 광범위하게 사용돼 현대 전차는 적어도 대전차고폭탄(HEAT)에 대해서는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운동에너지탄에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피탄정면을 적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신형장갑을 쓰더라도 전체적 경사면으로 구성하면 탄이 파고들 수 있는 기회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는 M-1 ·챌린저가 레오파르트보다 잘 배려돼 있다고 평가된다. 메르카바의 경우 더욱 철저하다. 미래 전차를 연상시키는 복잡한 형상의 포탑을 지녔으며 포탑과 차체의 틈새에 탄환이 파고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쇠사슬·철망까지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극단화하면 전파도 정반사하지 않게 할 수 있어 야전용 레이더에 대한 피탐률을 줄여 스텔스 성능이 증가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프랑스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신형 르클레르의 포탑과 차체의 형상은 그런 점에서 대단히 경이로운 것이다. 덧붙이면 메르카바는 기동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프런트 엔진 형태를 택하고 있다. 그 까닭은 차체 전방부를 극단적으로 예각화해 엔진 ·변속장치까지도 방탄장치로 활용, 승무원의 생존성 향상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측면보호

현대 전차는 측면과 바퀴 ·무한궤도를 방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이드 스커트를 항상 장비하고 있다. 스커트와 차체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일종의 중공장갑 효과를 냄으로써 대전차고폭탄을 방어하는 데 효과를 본다. 재질은 M-1이 강판, 레오파르트 Ⅱ는 전방부가 강철제 상자형, 후방부가 고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등 다양하다. T-72도 사이드 스커트를 장비하고 있는데 전방부의 부착 각도가 가변식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흥미를 끌고 있다.


◆화생방 방호대책

장차의 전장에서는 화생방 무기가 분명히 사용될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화해 현대 전차에는 만반의 방호체계를 갖춘다. 승무원이 호흡하는 공기는 완벽하게 용접된 기밀구조인 차내로 공기정화장치를 통해 들여보냄으로써 오염된 외부 공기의 유입을 막는다.

구소련 장갑차량의 경우 자국용(自國用)은 납으로 내부를 처리하거나 납을 부착한 천 모양의 설비로 내부를 둘러쳤다. 이것은 방사능에 대한 대책인 동시에 포탄을 맞을 경우 파편이 차내로 튀어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최근 전차 방호의 최대 과제는 포탄을 맞을 경우 치명적인 2차 피해, 예를 들면 탑재하고 있는 탄약에 불이 붙는 것을 방지해 승무원의 생존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포탄은 가능한 한 낮은 위치에 탑재하고 포탑 등의 구동장치는 전동식을 사용하며, 유압을 사용할 경우 불이 잘 붙지 않는 기름을 쓰는 등의 대책이 수립되고 있다.

포탄을 차체 밑바닥에 탑재하면 안전하기는 하지만 장전작업이 어려워 발사속도가 떨어진다. M-1은 이것을 피하기 위해 포탑 후방부에도 탄약을 탑재하지만 이곳은 포탄을 맞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알루미늄제 문으로 전투실을 차단하고 천장을 폭풍을 날려보내는 패널로 만들어 포탄을 맞아 2차 폭발이 일어날 경우 폭풍이 위쪽으로 날아가 전투실에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교수 권재상 대령〉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