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특수비행팀 김소령의 24시

"아빠, 오늘도 잘 해!! 알았지?"
"그래, 지윤이도 좋은 하루 되라. 사랑해!"

코리아 에어쇼의 특수비행을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부산에 내려 와 있는 김치혁(공군 특수비행팀, 공사 39기) 소령의 출근길, 집에 있는 딸에게 전화가 왔다.

귀여운 딸의 목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전화를 바삐 끊고 대대로 들어서자마자, 오늘 특수비행을 위해 진행시켜야 할 일들이 소리없이, 그리고 정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 소령이 이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이곳은 바로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Black Eagles).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을 구성하고 있는 공군 최정예 조종사들은 모두 8명. 김소령을 비롯한 특수비행팀 조종사들은 공군 주력 기종의 베테랑 전투조종사중에서 선발된 최정예요원, 완벽한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팀원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특수비행팀 조종사가 될 수 있다.

오늘은 코리아 에어쇼의 클라이막스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최종 회의가 있다. 조종사의 건강상태를 비롯하여 기상, 항공기 상태, 지상 조건 등 특수비행을 완벽하게 실시하기 위한 모든 조건들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최상의 상태로 임무에 돌입하게 된다. 비행대장 다음인 차선임자로서 비행 시에는 실질적인 공중 리더가 되는 김 소령은 한사람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비행이 취소되는 현실을 익히 잘 알고 있는 터라 임무 조종사들의 몸 상태를 꼼꼼히 다시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호흡도 같이, 눈동자도 같은 방향으로 ...'팀웍(Team Work)'이 최우선

"날씨 좋군" 기상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한 김 소령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특수비행팀의 애기(愛機) A-37로 향한다. 화려한 무늬의 A-37 항공기는 특수비행팀 정비사에 의해 꼼꼼히 정비된 상태에서 일렬로 정렬해 있다.정비사와 웃으면서 인사한 특수비행팀 조종사들은 이제 진짜로 하나가 된다.

호흡도 같이 쉬고, 눈동자도 같은 방향으로, 항공기에 오르는 것도, 캐노피를 닫는 것도, 항공기가 이동하는 것도 이젠 혼자만 할 수 없다. 오로지 '함께'이다. 블랙이글의 구호인 '팀웍(Team Work)'의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6명의 조종사와 항공기가 리더인 김소령의 지시에 따라 혼연일체가 되어 특수비행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팀원들간의 팀웍의 중요성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속 약속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해진 절차속에 벌써 이륙을 위해 항공기 6대가 활주로에 나란히 선다. 1대가 예비기로 대기하고 있는 것도 기본이다.

힘차게 날아 오른 특수비행팀의 항공기는 행사장 상공에 도착하여 항공기 간격을 30cm로 정밀하게 유지하며 상공을 가로지는 6기 대형과 4기 대형, 두 대의 항공기가 1,200km이상의 속도로 마주보며 다가가다 서로 교차하는 2기 기동, 6G의 중력을 견디며 급상승 및 급선회하는 단독기동 등 수십 가지의 고난도 기술을 10여분에 걸쳐 마음껏 펼치고 있었다.

BEXCO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보내는 박수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순간, 조종석 안의 특수비행 조종사들이 착용한 조종 헬멧, 조종복, 그리고 조종간을 잡은 두 손은 이미 찐한 땀 냄새가 배어 나온다. 마지막으로 조국 평화를 염원하는 특수비행팀원들의 마음이 담긴 '태극 무늬'가 그려질 때, 관람객들이 보내는 환호와 성원은 최고조에 달한다.

관람객들의 환호를 뒤로 하고 다시 기지에 도착한 김 소령을 비롯한 특수비행팀 조종사들, 안전한 비행을 위해 오늘도 최상의 솜씨를 발휘한 정비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인사하고, 회의실에 다시 모였다. 회의실에 모인 전 조종사들은 오늘 비행의 잘못된 점과 잘된 점을 하나하나 재확인하여 보다 나은 비행을 위한 준비를 한다. 비행 한 소티의 끝은 또 다른 준비의 시작일 뿐이다.

[ 출처 : 공군 뉴스레터 2003.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