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발사기의 장점

또 한 가지 이지스 시스템의 복수 목표 동시처리 능력을 검토할 때 빠뜨려서는 안되는 것이 미사일 발사기다. 현재 취역하고 있는 타이콘데로가급이 사용하는 미사일 발사기 Mk26은 갑판 아래에 있는 탄약고로부터 미사일을 수직으로 올려 장전하고 발사기를 목표방향으로 조준해야 하는 재래식 발사기다. 이러한 방식은 아무래도 발사속도가 늦다. 또한 기구가 복잡하므로 예기치 못한 순간에 고장이 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수직발사기다. 이 발사기는 미사일을 담은 격납 겸 발사관(캐니스터)의 집합체며 이 캐니스터 8기가 최소단위가 되는데, 3발이 들어갈 공간에는 장전용 크레인이 들어 있기 때문에 수직발사기 1기당 미사일 수는 61발이다. 미사일을 격납 위치에서 직접 발사할 수 있으므로 발사속도가 매우 빠를 뿐만 아니라 캐니스터의 크기에 여유가 있으므로 대공 미사일 외에 대잠 로켓이나 순항 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다.

타이콘데로가급은 6번함부터 이 발사기를 전후에 1기씩 장비해 총 122발의 미사일을 탑재한다. 좀더 소형인 알레이 버크급은 후갑판에 61발, 전갑판에 29발을 수용하는 경량형 Mk41을 탑재하므로 탑재 미사일 수는 약간 적은 90발이다. 물론 탑재 미사일의 80% 이상은 어느 경우에나 대공 미사일 스탠더드 SM-2 이다.

이같이 이지스 시스템의 장점은 레이더 ·미사일 발사기 등 모든 것이 복수 목표 동시처리 요구를 만족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무기체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일단 하나의 목표를 정하면 이를 향해 효율적이고도 합목적으로 매진하는 시스템 워킹의 강점이 잘 나타나는 무기체계다.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차지하는 이지스함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日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해상자위대는 1000해리의 해상 교통로 방위를 기치로 내걸고 기준 배수량 2950ｔ의 하쓰유키급(Hatsuyuki Class) 호위함과 P-3C 대잠 초계기를 착착 증강해 어느덧 첫째가는 임무인 대잠수함작전 부분에서는 미국 해군에 이어 서방세계 제2위의 수준에 이르렀다.

대잠수함 해상부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호위함대의 근대화도 순조롭게 진행돼 1986년 예산에서 기준 배수량 3400ｔ의 개량된 하쓰유키급 1척을 건조하는 4개 호위함대그룹으로 이루어진 88함대체제가 정비됐다. 이 88함대체제란 호위함대 그룹 4개 전체를 헬리콥터 탑재 호위함 1척, 미사일 호위함 2척, 범용 호위함 5척 등 총 8척과 탑재 헬리콥터 8기로 구성한 체제를 말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이 88함대의 방공 능력이다. 물론 해상자위대도 `에일러트 쇼크'나 구소련의 초음속 폭격기 백파이어의 극동배치를 좌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즉, 시 스패로 함대공 미사일이나 근접방어무기(CIWS)인 20㎜ 고성능 기관포(팔랑스 ·Phalanx)를 장비한 하쓰유키급이 대표하듯이 최근 4~5년간에 호위함의 개별 방공 능력을 꽤 높은 수준까지 향상, 국지방어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88함대의 지역방어를 담당하는 미사일 호위함 2척은 모두 재래식이어서 목표 동시처리 능력이 1척당 2개씩 모두 4개뿐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도저히 구소련의 대함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방위청의 지적이다.

그래서 부상한 것이 이지스함 도입 구상이다. 해상자위대는 `중기방위력정비계획'(1986~90년) 기간 중 우선 2척을 건조하고 그 뒤 4척을 보유, 각 호위함대에 1척씩 배치할 계획이었다. 수준은 알레이 버크급을 소형화한 기준 배수량 6500ｔ 정도의 함에 Mk41 수직발사기 1기를 탑재하고 12개의 표적을 동시에 처리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이지스함을 각 호위대 그룹에 1척씩 배치하면 1개 호위대의 지역방어 단계의 복수 목표 동시처리 능력은 재래식 미사일 호위함 1척을 합쳐 종래의 4개 목표에서 한꺼번에 14개 목표로 늘어날 것이다.

현재 해상자위대가 생각하고 있는 해상 교통로 방어는 해군의 세계에서 말하는 해상통제(sea control)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국 ·러시아 ·일본이 모두 중시하는 북서태평양에서 미국과 일본의 해군이 직 ·간접으로 공동작전을 펴나감으로써 항상 상대방보다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고 그 결과로 해상 교통로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이 지키는 대상은 직접적으로는 자신이 소속된 대잠수함 해상부대고 간접적으로는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기동부대와 일본의 중요 선박인 셈이다.

군사력의 본질적 의의는 공격력에 있다. 이 말은 해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값비싼 이지스함이 호위함부대를 고가치부대로 삼는 것은 일견 기이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대잠수함 공격력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해상 타격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 해군의 이지스함과 공통되는 존재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해상자위대 호위함부대의 대잠수함 공격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를 지키는 이지스함의 존재 의의도 높아지게 된다는 도식이 성립한다.

〈 공군사관학교 교수 권재상 대령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