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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운명을 바꾼 날씨

역사 속의 전쟁과 기상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는 지옥에 갇혀 있던 키클롭스 삼형제를 구출하여 천둥, 번개, 벼락을 무기로 얻게 된다. 결국 제우스는 이들을 무기로 삼아 전쟁에서 승리하고 신들의 제왕에 오르게 된다.

신들의 전쟁에서도 날씨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무기였는가 보다. 물론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지만 고대인들의 날씨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후 날씨는 고대의 신화에서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전쟁사에서 승패를 결정짓고, 역사를 바꾸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적군보다 훨씬 적은 군사력을 가지고도 날씨를 이용하여 승리를 쟁취하는가 하면 천하를 집어삼킬 듯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이나 히틀러도 러시아의 강추위 앞에서는 정복자의 꿈을 접어야 했다.


戰史를 바꾼 기상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기상의 영향으로 진주만 기습에 성공하였으나,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오히려 기상으로 인해 크게 패하여 주도권을 미국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1941년 12월 7일, 대규모 선단으로 구성된 일본군은 기습공격을 감행할 때까지 절묘한 항로를 선택하였다. 당시 일본이 선택한 북방항로에는 강풍과 비, 짙은 안개가 지속되었고 이는 일본 함대의 기동을 숨겨주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이 항로는 일본 북쪽의 알류산 열도를 거쳐 하와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알류산 열도 부근은 발달한 저기압이 자주 통과하는 지역으로 빗방울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겨울철 찬 공기와 만나 안개가 형성되었으며, 알류산 열도에서 하와이까지의 항로는 난류가 흐르는 지역이기 때문에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 위로 이동하면서 짙은 안개가 형성되어 기습할 때까지 은폐가 가능하였던 것이다.

결국 일본군은 350여 대의 항공기로 미군 항공기 350여 대, 전함 20여척을 파괴하고 3,500여 명의 사상자를 낳는 성공적인 기습 공격을 이루어냈다.

1942년 4월, 엄청난 피해를 입은 미국은 B-52 폭격기로 동경을 공습하는 보복 공격을 단행한다. 6월 1일, 이에 분개한 일본군은 또다시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미드웨이 섬을 향해 발진했는데, 진주만 기습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안개가 항로를 덮는 것이었다.

일본군은 다시 한번 승리의 예감에 휩싸여 여유있는 진군을 하였다. 하지만 사흘 동안 계속된 짙은 안개로 함대들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후방 함대를 찾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결국 일본군은 수뇌부의 논쟁 끝에 서로 무전을 치기로 결정하였고, 이것이 미군의 도청망에 걸려들어 정확한 일본군의 위치를 알려주는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미군은 정보를 획득하여 대비함으로써 일본의 공격을 막고 항공모함 4척, 항공기 250여 대를 파괴하면서 태평양의 재해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때는 여름이었기 때문에 미드웨이 해역의 해수온도보다 공기의 온도가 더 높아 안개가 발생하였고, 해상에서 발생한 안개는 낮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일본은 낭패를 보았던 것이다.

만약 진주만 기습 때처럼 일본이 승리하였다면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날씨는 2차 대전을 끝낸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때까지도 영향을 주었다.

1945년 8월, 미국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여 약 8만명의 사망자를 낸 후, 2차 원자폭탄 투하를 계획하였다.

목표는 고쿠라 병기창이었고 예비목표는 나가사키였다. 당시 미군 기상 장교는 고쿠라까지의 항로뿐 아니라 목표지점도 날씨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보하였으나, B-29 폭격기는 출격하였다. 예보관의 말대로 고쿠라에는 안개와 구름이 잔뜩 끼어 폭격이 불가능하였다. 이 때문에 폭격기는 예비목표였던 나가사키로 향하게 되었다. 나가사키에도 구름이 많았으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폭격기가 한바퀴 선회하는 동안 서서히 구름이 걷혀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7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도시는 잿더미로 변하는 운명을 맞이하였다.

나가사키는 날씨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맛봐야 했고 고쿠라는 날씨 덕택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날씨 때문에 역사속 비운의 주인공이 순식간에 바뀌었던 것이다.





기상, 전쟁의 시작과 끝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과 미국 사이에 있었던 전쟁의 기록은 날씨의 중요성을 보여주었으며, 전시 승리를 위해서는 기상 정보의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상기시킨다.

그 당시에 비하면 지금의 기상 관련 기술은 기상위성, 기상레이다, 수치예보 등을 중심으로 눈부신 성장을 하였고, 그 결과 양질의 기상정보가 군의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제공되고 있다.

기상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작전에 활용하는 것은 작전 성공의 지름길이며 전쟁에서는 승리의 초석이 된다. 월남전 당시 베트남 해병대 사령관이었던 크레이튼 아브람즈 장군은 “기상은 모든 군사작전임무 수행에서 계획의 첫 번째 단계이고 마지막 결정 요소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인간은 대자연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므로 전쟁에서도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기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과거의 전사 속에서 배움으로써 미래전에도 대비하는 현명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출처 : 월간공군 2002. 8 >

2004-01-28 16: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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