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부대에 긴장한 기자

이번 달은 뉴스레터 담당자에게 전화가 일찍 왔다. 공군 유일의 특수부대 제6탐색구조전대(이하 6전대)라는 곳이란다. 공군의 특수부대라니, 얼굴에 시커멓게 칠하고 한밤중에 적진에 뛰어드는 그런 무지막지한 군인들이라는 뜻이려나? 아니 그런 부대라면 육군에 있어야지 왜 공군에 있나?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새 6전대가 있는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먼 곳에서도 눈에 잘 띄는 자주색 베레모에다 독특한 위장무늬에 모양이 조금 다른 특수부대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마중나온다.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너무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6전대 분들은 바쁜 와중에도 특별히 기자를 위해 군복과 베레모까지 준비해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친절한 분들이라 마음 편하게 취재를 시작했다.


■ 사람을 살리는 특수부대, 6전대

제6탐색구조비행전대는 여러 모로 독특한 부대이다. 공군 하면 떠오르는 보통 비행기, 그러니깐 고정된 날개를 가진 항공기가 아닌 헬기를 운용하는 부대이다. 그럼 그 헬기로 무얼 하느냐? 부대 이름에서 보이는 것처럼 탐색과 구조(Search & Rescue)가 이들의 주요 임무. 항공작전 중 적지에 고립된 조종사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임무란다.

이러한 구조 임무의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바로 공군의 특수부대, 일명 'Purple Beret' 구조사들이다. 평시에는 벽오지 환자 이송, 수해, 대형사고 등 재난시의 인명 구조 등 '사람을 살리는' 특수부대이다. 조종사는 당연히 비행교육을 받은 장교들이고, 구조사는 일반병사가 아닌 부사관이다. 구조 임무의 전문성 때문.

이러한 구조활동을 위해 언제든 출동할 수 있게 대기하고 있는 Alert 팀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조종사 2명과 구조사들, 그리고 정비사가 한 조를 이루어 비상대기를 하고 있다.

"완벽한 팀워크가 임무의 핵심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에서 조종사가 안정된 자세로 기다려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비로소 구조사도 차가운 물 속이든 어두운 산 속이든 뛰어들 수 있으니까요." 비상대기중이던 조종사 강동찰 소령의 한 마디. 지면으로는 옮길 수 없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한껏 묻어나오는 어조였다.


■ 언제든 준비 완료…인터뷰 중에도 출동 사이렌 울려

출동 사이렌은 전혀 사정을 봐 주지 않는다. 이들 6전대에겐 휴일은 물론이고 명절도 없다. 그런데도 이분들은 "이상하게 쉬는 날 더 출동이 많더라고요"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릴 뿐이다. 기자와 함께 활주로로 나가 '블랙 호크' 헬기 안에 언제나 실어놓고 있는 구조장비를 둘러보는 바로 그때, 정말 사이렌이 울렸다! 모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단다.

화재진압용 버킷(Bucket, 대형 양동이)을 싣고 번개같이 뛰어나가는 Alert팀들의 모습, HH-47 '치누크'헬기의 육중한 엔진음…. 진짜 프로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조기에 진압되어서, 이륙직전에 출동이 취소되었단다)

이쯤에서 고맙게도 얻어 입은 구조사 전투복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6전대 분들은 기자 이름까지 꼼꼼하게 자수로 박아서 만들어 놓았다). 일반 장병들의 전투복과는 조금 다른 위장무늬에다가, 이름표, 부대마크 외에도 익숙치 않은 기장들이 잔뜩 붙어 있다. 구조사가 되기 위해선 공수훈련, 스쿠버 다이빙, 혹한지 극복 훈련, 은폐, 도피, 탈출, 산악구조, 생환훈련, 적 제거 등등의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훈련은 물론이고, 간단한 외과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의료교육까지 받는다. 전투복에 붙어 있는 기장들은 이러한 훈련을 통과한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구조사들의 자랑이라 할 만하다. 활동하기 편하고 가볍던 군복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진다.

"생명을 구한다는 보람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기술을 훈련하기에 배우는 게 많아 뿌듯합니다." 2003년 최고의 구조사로 뽑힌 정종민 중사의 한 마디.


■ 내 목숨 버려도 인명을 구한다



막 임관한 신임 구조사인 김기철 하사도 만났다. 김 하사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았을 특수부대, 게다가 사람을 살리는 군인'이라는 것 때문에 지원했다고 한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김 하사는 그 어려운 훈련을 통과한 인재이면서도 전혀 무지막지하지 않은 외모의 '얼짱 구조사'이다. 뉴스레터 여성 독자 여러분, 주목하시라!

이것보다 더 주목해 볼 만한 것이 구조사들의 자줏빛 베레모. 적으로부터 은폐하기 위해선 어두운 색을 쓸 법 한데,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란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인명을 구조하겠다는 정신, '내 목숨 버려도 조종사는 구한다!'는 6전대의 정신이다.

< 출처 : 공군뉴스레터 2004. 2. 19 일자 >